한진칼 주총 엇갈린 '희비'…대한항공 '안도' KCGI '침묵'

김사무엘 기자
2019.03.29 14:55

조양호 회장 '대표 유지'에 대한항공 안도 분위기…참패한 KCGI는 침울

29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석태수 대표이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김사무엘 기자

"죄송하지만 오늘은 이만 하겠습니다."

석태수 한진칼 대표는 29일 오전 주주총회(이하 주총)가 끝난 후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말은 아꼈지만 표정은 한층 밝았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칼 대표직을 박탈할 수도 있는 안건이 부결 됐을 뿐 더러 회사 측의 안건도 모두 통과됐기 때문이다. 석 대표 본인도 재임에 성공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열린 한진칼 주총은 지난 27일 대한항공 주총과는 달리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대한항공 주총에서는 조 회장의 대표 연임을 둘러싸고 주주들 간 고성이 오갔지만, 한진칼 주주들은 대부분 순서대로 발언 기회를 얻고 본인의 의사를 밝혔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한진 등 한진그룹 계열사를 지배하는 지주사다. 이날 주총의 최대 관건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칼 대표직 유지 여부였다. 지분 7.16%로 한진칼 3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주주제안을 통해 '횡령·배임 등으로 금고 이상 의 형이 확정된 이사는 결원으로 본다'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했다. 이 안건이 통과될 경우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 회장의 재판 결과에 따라 대표직을 상실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표결 결과 찬성 48.66% 대 반대 49.29%로 안건은 부결됐다. 정관 변경은 특별의결 사항으로 주총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66.67%) 동의를 얻어야 한다. 안건 부결로 조 회장은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한진칼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대한항공 대표에서는 물러났지만 한진그룹에 대해서는 여전히 상당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날 주총장에 나온 대한항공 관계자들도 대부분 "별다른 입장은 없다"면서도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오전 9시부터 시작한 주총은 약 3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보통 주총이 1시간 내외로 마무리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날 한진칼 주총은 '마라톤 주총'이었던 셈이다.

대리위임 의결권 집계로 인해 30분 늦게 시작한 영향도 있지만 한진칼 2대 주주(지분 10.81%)인 행동주의 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의 반대 영향이 컸다.

이날 KCGI는 국민연금이 제안한 안건 외에 회사 측의 안건에 모두 반대하며 표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의장을 맡은 석태수 대표도 이를 받아들여 매 안건마다 표결에 붙였다. 이날 상정 안건은 크게 7개 안건으로 세부 안건 포함해 이날 총 11번의 표결이 진행됐다.

하지만 KCGI가 반대한 안건은 모두 통과됐다. 10%대 지분 외에 다른 주주들의 의견을 모으는데 실패한 탓이다. 이날 주총장에서도 KCGI에 대한 비우호적인 분위기는 상당했다. 일부 주주들은 표결이 진행 될 때마다 KCGI에 대해 "의사 진행을 방해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주총이 끝난 뒤 KCGI 측 관계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신민석 KCGI 부대표는 주총장을 빠져나가는 동안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꾹 닫고 있다 "2대 주주로서 견제 역할을 충분히 못한 게 아쉽다"는 한 마디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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