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노조도 과거 틀 벗어나길 원해…용기 내 보자"

우경희 기자
2019.07.29 13:50

임단협 타결한 이정묵 SK이노베이션 노조위원장…파업 찬반투표 돌입한 하부영 현대차 노조위원장에 진심 전해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대회의실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노사 단체교섭 조인식에 참석한 이정묵 노조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07.29. dahora83@newsis.com

"노동조합원들은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변화의 물꼬는 노조를 이끌어가는 리더가 터줘야 해요."

이정묵 SK이노베이션 노조위원장이 하부영 현대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위원장에게 진심을 전했다. 올해 SK이노베이션 임금 및 단체협상을 마무리 지은 직후였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연초 30분 만에 임금협상을 타결한데 이어 29일 단체협상까지 마무리 지었다. 교섭 개시 3주 만에 80% 찬성률로 단협안을 통과시켰다.

이 위원장은 이날 협약식 후 머니투데이와 만나 "어려운 길을 가게 된 하 위원장에게 한마디 부탁한다"는 기자의 질문에 잠시 말을 잊었다.

두 사람 모두 울산 출신으로 각각 대한석유공사와 현대차에 몸담으며 90년대 초강성 노동운동 시절부터 아스팔트에서 전쟁을 치렀다. 이제는 울산 최대 사업장 노조를 이끌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이 위원장은 "하 위원장이 자신의 소신대로 자신의 길을 가는 것에 대해서는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용기를 한 번 내시면 어떨까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 용기엔 자신의 용기도 포함되겠지만 조합원에게 다가서서 한 번 쯤 이해를 시키려 노력하는 용기도 포함돼 있으며 이런 용기를 누군가는 한번 내야 할 것"이라며 "왜냐, 현대차에 계시는 우리 노동 형제들도 어느 정도 현 사회의 상황에 대해 심적으로 인정하는 부분이 분명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물꼬를 터줘야 한다"며 "그 물꼬를 트는 사람은 결국 집행하고 이끌어가는 리더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 연말로 임기를 마치는 하 위원장이 다시 위원장 선거에 나서실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용기를 내시라 하면 어떨까 한다"고 덧붙였다.

누구보다 강성이던 이 위원장이다. 1988년 대한석유공사시절 입사해서 1994년 노조 주동자로 찍혀 1997년 해고됐다. 2001년 복직해 2008년 노조위원장이 됐다. 2017년 재선돼 노조를 이끌고 있다.

그런 그가 화합의 노조를 만들었다. 조합원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감내해야 했다.

이 위원장은 "노동조합이 노동조합 기능을 하지 말자는 거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협상이 아닌 평소의 근로환경 개선 문제나 부당노동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는 대신, 전체 구성원의 행복을 추구하는 근로조건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 소통하고 신뢰한다면 굳이 파업 없이도 똑같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조합원들이 노동대투쟁 시기를 거치고 시대가 변하면서 스스로 변화를 받아들이는 성숙한 자세가 돼 있다고 본다"며 "노동자들이 우리 사회의 많은 것을 바꿨고, 또 이해시켰고, 그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스스로 사회의 일원으로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잡은 게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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