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루이비통 가방은 명품의 상징이었다. 3초마다 발견될 정도로 흔하다고 해서 '3초백'으로 불렸다. 모두 옛말이 됐다. '요즘 애들' 90년대생은 가방 대신 운동화로 '플렉스'한다.
꿀벌 자수가 새겨진 구찌 스니커즈, 양말을 신은 듯 발목을 감싸는 발렌시아가 스니커즈, 어른들에게 '때 탄 운동화' 핀잔을 듣는 골든구스 스니커즈는 '3초 운동화' 자리를 노리는 잇템(it item)이다. 최근 나이키가 지드래곤과 협업해 한정판으로 선보인 운동화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는 정가(21만9000원)보다 60배가량 비싼 1300만원대에 리셀(되팔기)되기도 했다.
'요즘 애들'은 왜 운동화에 돈을 쓸까. 우선은 운동화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서다. 운동화는 운동할 때 신던 기능성 신발 '기능재'에서 자신을 드러내기에 최적인 패션 아이템 '상징재'로 바뀌었다. 사회경제적인 변화 속에서 그 성격이 달라졌다. 기업문화가 선진적으로 바뀌고 근무 복장을 자율화하면서 정장 대신 캐주얼룩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굳어졌다. 그러면서 '부장님'도 운동화를 신기 시작했다. '탈코르셋 운동'이 퍼지면서는 뾰족하고 굽 높은 구두 자리를 운동화가 빼앗았다.
운동화가 가방을 밀어낸 건 '합리적인 플렉스'가 가능해서다. 일명 '구찌 꿀벌 스니커즈'는 78만원이다. 구찌 크로스백, 숄더백이 통상 200만원~300만원대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가방보다 운동화가 3분의1에서 4분의1가량 저렴한 셈이다. 한 번 사면 계절에 상관 없이 아무 옷에나 여러 번 착용할 수 있어 실용성도 좋다. 옷, 가방과 달리 T.P.O(Time·시간, Place·장소, Occasion·상황)의 구애를 받지 않는 셈이다. 더 나아가 일부 소비자는 한정판 운동화를 비싼 값에 되팔아 돈을 버는 '스니커테크(스니커즈+재테크)'에 열을 올린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요즘 젊은 세대는 열심히 돈 벌어도 아파트를 못 사기에 운동화로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즐긴다"면서 "아파트 대신 자동차에, 자동차 대신 전기자전거에, 그 대신 운동화에 투자를 하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운동화가 기능성 신발이 아닌 패션 아이템, 럭셔리 아이템 카테고리에 들어온 것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등 사회현상과 맞물려 있다"고 했다.
그렇게 대세 신발이 된 운동화는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릴 만한) 아이템에 적격이어서 90년대생이 더욱 열광한다. 특히 구하기 힘든 한정판 운동화는 인증샷을 부른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검색으로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를 치면 859건의 게시물이 잡힌다. 한정판 갯수(818켤레)를 뛰어넘는 숫자다. 응모 후 추첨을 진행하는 '드로우' 방식을 일상의 한 이벤트로 즐기며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오수민 삼성패션연구소 그룹장은 "밀레니얼(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Z세대(1995년 이후 출생)가 운동화에 열광하는 분위기는 팬덤에 가깝다"며 "버질 아블로 같은 유명 디자이너, 지드래곤 등 셀럽이 특정 브랜드와 손잡고 디자인에 참여하는 것도 팬덤 현상을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