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신년 업무보고에서 '고용연장' 검토를 언급하며 이 문제가 경제계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고용연장은 사실상 '정년연장' 형태로 제도화 될 가능성이 높아 특히 기업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경제계는 벌써부터 "고용연장이 곧 정년연장으로 굳어지는 방식은 수용할 수 없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임금체계 개편과 노동 유연성 없이 무작정 정년만 연장할 경우 기업들의 부담이 크게 늘고, 생산성도 악화될 수 있어서다.
여기에 일자리 양극화까지 부추겨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기업들의 우려다.
12일 경제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고용연장을 언급하며 정부의 ‘계속고용제도’ 카드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이 제도는 기업에게 60세 정년 이후 일정 연령까지 고용연장 의무를 부과하되 재고용, 정년연장, 정년폐지 같은 방식 중 하나를 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경제계는 이 제도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인구절벽으로 생산 가능 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이서 장기적 관점에서 고용연장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노동시장의 구조 개혁 없이 무작정 고용연장만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조사본부장은 "장기적으로 큰 틀에서 고용연장으로 가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며 "단 임금부담이나 청년실업 같은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으므로 이 현안을 먼저 해결한 뒤 고용연장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경제계가 유난히 걱정하는 대목은 고용연장에 따른 고비용 구조가 굳어지는 것이다. 현재 기업들은 성과에 연동한 보상체계보다는 근속연수(호봉)에 따른 임금체계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런 상황에서 덜컥 고용연장이 시행되면 '고비용-저생산성' 인력 비중이 늘어나 기업 부담이 만만치 않게 커질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임금체계 개편과 고용 유연성 확보 없이 무턱대고 고용연장만 하게 되면 산업현장에는 임금만 많이 받고 생산성은 떨어지는 인력만 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능력만큼 임금을 책정하는 성과제도를 먼저 정착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는 논리다.
고용연장 제도 도입 시기도 논란거리다. 미·중 무역분쟁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경기하강 국면에 굳이 이 뜨거운 감자를 꺼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자칫 섣부른 논의가 세대간 일자리 양극화 문제를 부추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실제 통계청의 '2019년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 확장실업률은 22.9%로 전년대비 0.9%p 상승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최고치다.
이런 상황에서 중·장년층에 대한 고용연장이 시행되면 세대간 일자리 갈등이 더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호경기로 일자리가 계속 늘어나는 시기라면 충분히 고용연장을 논의해 볼 수 있지만 지금처럼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중장년층이 청년 일자리를 뺏어가는 모양새가 뻔하다"며 "현 경제 상황은 고용연장을 논의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