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삼성전자부회장은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9일 새벽 기각되자 피곤한 표정으로 구치소를 빠져나갔다.
이 부회장은 영장 기각이 결정된 후인 이날 새벽 2시40분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수용동에서 정문까지 약 300m 정도를 천천히 걸어 나온 뒤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에 탑승했다.
이 부회장은 '구속영장이 기각됐는데 심경 한 말씀 부탁한다', '불법합병 지시 혐의에 대해 아직도 부인하나', '검찰의 무리한 영장 청구라고 보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대신 "늦게까지 고생많으셨다"고만 짧게 언급했다.
삼성 임직원 10여명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이 나올 때까지 서울구치소 수용동에서 대기하며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삼성그룹은 일단 '총수 재구속'이라는 사상 최악의 상황은 피한 만큼 안도의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다만 삼성그룹 일부 관계자들은 "이 부회장이 구속은 모면했더라도 여전히 재판에서 진실을 다퉈야 하는 만큼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구속영장 기각 직후 "법원의 기각사유는 '기본적 사실관계 외에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라며 "향후 검찰 수사 심의 절차에서 엄정한 심의를 거쳐 수사 계속과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지난 4일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팀장(사장)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오전 10시30분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부터 장장 15시간30분에 걸친 '마라톤 검토' 끝에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원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2시쯤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 부회장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및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관련 의혹에 대해 "보고 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