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크게 보고 더 작게 숨겨라…'억' 소리 나는 TV의 진화

심재현 기자
2020.12.17 05:02

[MT리포트-벤츠보다 비싼 초고가 TV 경제학]③

[편집자주] TV의 진화는 더 크게 보고 더 작게 만드는 기술로 향한다. 배불뚝이 같던 브라운관은 종잇장만큼 얇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말아서 보관하는 수준까지 왔다. 깜빡이던 흑백 영상은 맨눈으로 보는 것보다 생생한 8K 초고화질 컬러 시대로 접어들었다. 최고급 외제차 가격을 오가는 초고가 TV의 기술력과 고객층, 기대효과를 해부한다.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0 한국전자전(KES)'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 '마이크로 LED TV' 110형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올해 TV 업계의 빅 이벤트는 2가지로 압축된다. 지난 10월부터 두 달 차이로 LG전자의 롤러블(화면을 두루마리처럼 말았다가 펼 수 있는) 올레드 TV와 삼성전자의 가정용 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 TV가 출시됐다.

기존 TV의 틀을 벗어난 양사의 신제품을 두고 업계에선 그동안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LG전자 브랜드명 올레드)와 QLED(퀀텀닷 필터를 활용한 삼성전자의 TV)를 무기로 주도권 경쟁을 벌여온 두 진영이 새로운 전장에 나섰다고 평가한다.

이달 10일 출시한삼성전자의 가정용 마이크로 LED TV는 진정한 의미의 자발광(디스플레이 화소가 스스로 빛을 내는) TV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LG전자가 주도하는 현행 OLED 기술이 OLED에서 나오는 백색 빛과 적·녹·청색 컬러필터를 활용한 방식이라면 마이크로 LED는 LED 소자 자체가 적·녹·청의 3원색을 낸다.

수를 놓듯 한땀 한땀 LED 소자를 배치하는 방식이라 과거에도 기술력 부족보다는 원가 경쟁력 때문에 내놓지 못한 제품이다. 110인치 TV에는 800만개가 넘는 마이크로 LED가 들어간다. 이론적으로 마이크로 LED를 이어붙이는 만큼 화면을 키울 수 있다.

마이크로미터(㎛, 1㎛는 1000분의 1㎜) 단위의 초소형 LED 하나하나가 색을 내기 때문에 명암비나 색 선명도도 기존 TV와 차원이 다르다. 이런 성능에선 OLED TV를 앞선다는 평가다.

백라이트가 없어 TV 두께도 얇다. 110인치 제품의 두께가 24.9㎜다. OLED TV에는 못 미치지만 110인치 크기의 화면과 함께 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얇다는 인상을 받는다. OLED가 유기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장기간 볼 경우 화면 잔상(번인)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반면, 마이크로 LED는 소자의 수명 문제에서 더 자유롭다.

지난해 1월29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한국 전자IT산업융합 전시회' LG전자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롤러블 TV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G전자가 디스플레이 소재 기획 단계부터 8년여에 걸쳐 개발한 롤러블 올레드 TV는 좀더 큰 화면을 얼마나 작게 만드느냐는 역발상의 성과다. 업계에선 롤러블 TV가 OLED 기술의 '끝판왕'이라고 본다. OLED 소재를 처음 개발한 일본이나 OLED TV를 처음 선보인 삼성전자조차 포기한 기술을 롤러블 단계까지 끌어올린 것은 오롯이 LG 기술력의 승리라는 평이다.

롤러블 OLED는 플렉서블(휘어지는) OLED 이후의 단계다. 휘어진 상태에서 고정된 플렉서블 단계와 자유자재로 휘었다가 펼 수 있는 단계를 지나 최종 단계 격인 두루마리처럼 말았다가 펴는 기술이 LG 롤러블 TV다.

관건은 내구성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공개하면서 10만번 말았다가 펴는 내구성 테스트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하루에 30번 가량 화면을 말았다가 접는다고 하면 10년을 쓸 수 있다.

말았을 때 반경을 얼마나 작게 만드느냐에 따라 TV를 길다란 봉 수준으로 줄일 가능성도 있다. 롤러블 TV가 말렸다가 펴지는 모습을 보면 SF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게 이상하지 않다.

두 제품 모두 '약점'은 가격이다. 아직까지 시장 수요나 생산단가, 기술력에서 억대 가격을 끌어내리기 쉽지 않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프리미엄 마케팅을 넘어 VVIP 마케팅으로 다루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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