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시황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신조선가가 상승하고 있다. 특히 조선업 불황 이전인 2014년 수준으로 신조선가 오르면서 회복세가 본격화 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선업계는 해운 호황과 친환경 규제 등으로 활발해진 선박 발주가 신조선가를 올렸다고 분석한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클락슨 신조선가 지수는 전주 대비 0.89포인트 상승한 139.75포인트를 기록했다. 신조선가 지수는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업체 클락슨 리서치가 1988년의 전세계 선박 건조 가격을 100으로 삼아 발표하는 수치다. 이 지수는 지난해 127.75포인트에서 올해 들어 10% 가까이 상승했다.
조선업계에선 곧 140포인트 달성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2014년 7월의 139포인트 이후 7년 만에 기록하는 고점이다. 조선업계는 2014년 이후 불황에 빠지면서 신조선가 지수는 2016년 122포인트까지 하락했다. 지수가 고점을 회복하면 장기간 불황이 마무리되는 신호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국 조선업의 수주량은 △2013년 1844만CGT △2014년 1309만CGT △2015년 1099백만CGT △2016년 222만CGT로 3년 만에 90% 가까이 급감했다. 2014년 이후 유가가 급락하고 국제 경기가 침체에 빠지며 선박과 해양플랜트 모두 수주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상황은 지난해 말 이후 반전됐다. 산업자원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세계 선박 발주는 2452만CGT로 지난해 동기 대비 3배 가까이 상승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7년(1247만CGT), 2018년(1885만CGT)와 비교해도 선박 발주가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사들이 발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자연스럽게 선가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선박 발주는 해운 경기가 회복된 영향이다. 해운사의 수익성 지표인 클락슨 해운종합지수는 지난 9일 2만9465포인트를 기록하며 △2018년 1만5420포인트 △2019년2만2299포인트 △2020년 1만5243포인트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선박을 운항해 거둘 수 있는 수익이 큰 만큼 선주들이 발주를 서두르고 있다.
여기에 국제해사기구(IMO)의 친환경 규제도 미뤄둔 발주를 앞당겼다. 국제해사기구는 지난달 회의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2008년 대비 70%로 감축하고 2023년부터 운항 중인 선박에 대해서도 탄소배출량 규제를 적용하는 등 강화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선주들은 환경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선박을 개조하고나 폐선한 후 새로 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조선업계는 15년 전 경험한 초호황을 전망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분석한다. 조선업계는 지난 2006~2008년 기록적인 수주에 성공하며 전성기를 보냈다. 당시 VLCC(초대형유조선) 선가는 1억6000만불, LNG운반선 선가는 2억5000만불까지 오르는 등 현재 선가와 비교해 60% 이상 비쌌다. 최근 선가가 오른 건 맞지만 초호황에 이르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선가가 오르는 흐름은 조선사에 긍정적이다"면서도 "곧바로 수익성이 개선되거나 초호황만큼 좋은 시기라고 하기엔 선가가 더 상승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