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 GM 2조 리콜에 담긴 함의는[우보세]

최석환 기자
2021.08.31 03:4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쉐보레 볼트EUV와 2022년형 볼트EV/사진제공=한국GM

"현대차는 고장이 없다는 게 해외에서도 여론이다. 우리가 800만대 생산·판매를 하게 되면서, 질적으로 얼마나 좋아지느냐가 더욱 중요해졌다."

2016년 당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현 명예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다시 한번 '품질 경영'을 강조하고 나섰다. 판매량이 800만대를 넘어서면서 차량 품질 문제가 터져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던 일본 토요타와 미국 GM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각오가 담겼다.

실제로 토요타는 2009~2010년 브레이크시스템 결함에 따른 급발진 의혹을 부인하다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창업주 손자인 아키오 토요타 사장이 미국 하원 청문회장에 불려 나와 "모든 것은 제 잘못"이라고 고개를 숙였고, 전 세계적으로 1200만대 이상이 리콜 조치됐다. 리콜 비용만 24억달러가 들어갔고 미국 정부엔 역대 최대 규모인 12억 달러를 벌금으로 냈다. 무엇보다 '품질만큼은 최고'라는 일본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깨진게 치명적이었다.

GM도 마찬가지였다. 2014년 새해 글로벌 완성차업계 최초의 여성 최고경영자(CEO)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화려하게 등장한 메리 바라 사장은 취임과 함께 1년여간 최악의 상황에 몰렸다. 과거 10년 가까이 13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점화장치 결함 사고로 총 84차례에 걸쳐 3000만대 이상을 리콜을 실시한 전대미문의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이런 토요타와 GM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았다.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품질 결함이 발생될 경우 최대한 신속하게 자발적으로 진상조사에 협조하고 리콜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운게 이 시점이다. 바라 사장이 품질 문제를 인지했을 때 즉각 보고토록 GM의 업무 관행을 대대적으로 바꾸기 시작한 것도 이 리콜 파문 이후다.

전기차에 미래를 건 GM이 최근 잇따라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장착한 총 14만2000대(2017~2022년형)의 쉐보레 '볼트EV'의 자발적 리콜을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18억달러(약 2조1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 부담은 물론이고 공식 출시를 앞두고 사전예약에 나선 브랜드 첫 전기 SUV(다목적스포츠차량) 볼트EUV와 2022년형 볼트EV까지 리콜 대상에 포함시켜 판매를 중단하자 시장 안팎에선 우려가 쏟아졌다. 당장 모회사인 LG화학의 주가가 급락했고,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연기 가능성까지 나왔다.

하지만 바라 사장은 단호했다. 화재의 원인이 배터리 내 양극탭 파손·분리막 접힘으로 발견된 이상 LG 생산시설에 대한 확신 없인 앞으로 선보일 전기차의 성공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한국GM 관계자는 "선제적 조치가 시장과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고 소통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바라 사장의 소신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며 "그런 그가 '가치있는 파트너'라고 LG에 대한 믿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에 대한 함의를 곱씹어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제 공은 LG로 넘어왔다. "10년 이상 전략적 파트너십을 이어온 중요한 고객사"라며 신뢰를 강조한 만큼 재무적 손익에 무게를 둔 늑장 대응보단 진정성있는 사과와 빠른 수습이 낫다는 뼈아픈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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