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12일만에 6개 경제단체장들을 만났다. 주선한 것으로 알려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주류가 될거라는 등, SK그룹 출신이 인수위 경제2분과 대부분을 채운 것을 두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끄는 대한상의가 재계 창구가 될거라는 등 말들도 많다.
기업들이 더 의미를 두는건 시점이다. 역대 당선인 중 가장 빨리 경제계를 만났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선 후 직접 경제단체를 방문했지만 시점이 늦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식 취임 이후에야 경제단체장들과 회동했다. 인수위 없이 바로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두 달여 후에 경제단체장들을 만났었다.
기업은 정부에 어떤 대상일까. 5년 전 일이다. 유력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로 들어간 인사를 만난 자리서 "이해되지 않는 기업 정책이 많다"고 했더니 "새 정부가 기업을 어떤 대상으로 보고 있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의문이 풀릴 것"이라고 했다. 어떤 대상으로 보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극복의 대상."
세상만사를 어떤 대상으로 보느냐는 각자가 다르다. 권력집단도 마찬가지다. 또 문재인정부가 기업을 극복해 얻고자 했던게 기업의 굴종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렵게 각종 기업법안을 관철시킨건 일자리를 늘리고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결국엔 기업의 건강한 성장을 유도하려는 의도였다.
그럼에도 이전과는 뭔가 다른 윤 당선인의 행보에 기업의 기대감은 크다. 기업을 극복의 대상이 아닌 국정 동반자로 인식해 준다면 향후 5년동안 보다 나은 경제성장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 각종 기업규제 완화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공약만 묶어도 규제는 발붙일 곳이 없어 보인다.
규제해소 만큼 중요한게 새로운 사업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거다. 그런 면에서 윤 당선인에게 다음 경제단체 회동을 제안한다. 현대차그룹과 SK그룹, 포스코 등 기업이 주도하는 민간 수소경제 동맹들이다. 새 정부에서 시작될 투자계획만 줄잡아 40조원 이상이다. 원자력발전과 가장 크게 시너지를 낼 수 있는것도 수소다.
수소는 배터리와 함께 우리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신사업이다. 라이벌 일본은 2019년 지어놓은 '수소프런티어호'를 통해 지난달 드디어 호주산 수소를 실어왔다. 계획 대비 수년이나 늦어졌지만 어쨌든 세계 첫 액화수소 교역 타이틀을 가져갔다.
일본 정부의 수소투자가 주춤한 사이에 우리가 속도를 낸 것은 사실이다. 수소프런티어호의 고베 입항은 여전히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에서 일본에 뒤져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하는 사건이다. 호주나 미국, EU같은 수소 생산국들은 유통·소비에서 손잡을 파트너를 신중히 고르고 있다. 우리가 먼저 그들의 손을 잡고 치고나가야 한다.
다른 의미도 있다. 기업은 윤 당선인에 기대를 보내는 한편으로 여전히 그의 손에서 칼자루를 겹쳐 본다. 인수위 동안 계속해서 빈 손을 내밀어 기업의 손을 잡고, 과거에 일어난 일보다 미래에 일어날 일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5년의 임기를 과거로 채울지 미래로 채울지도 이 짧은 시간에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