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K9 자주포' 이집트 수출, 아직 선수금도 못 받았다…본계약 '늦장'

최민경 기자, 김남이 기자
2022.10.17 17:31
한화디펜스 K9 자주포

'K9 자주포' 이집트 수출 계약 발효가 늦어지고 있다. 당초 지난달로 예정됐던 계약 발효가 늦어지면서 선수금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선 정부의 기술 수출 승인을 본계약 발효가 늦어지는 결정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다.

17일 방위사업청과 한국수출입은행(수은)에 따르면 지난 9월 중으로 예정됐던 이집트와 K9 자주포 '수출계약 발효'가 늦어지고 있다. 보통 계약이 발효되기 위해선 국가의 기술 수출 승인과 계약이행보증(P-bond) 등이 선행돼야 하는데 수출 승인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계약 발효가 늦어지면서 한화디펜스는 계약발표 후 8개월여가 지났지만 선수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UAE(아랍에미리트)와 수출계약이 체결된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Ⅱ(M-SAM) 수출은 상반기에 계약발효와 함께 선수금이 들어온 것과 대조적이다. 방산업계에선 수출계약이 체결되면 통상적으로 3개월 이내 계약 발효와 선수금 입금이 진행되는 것으로 본다.

앞서 한화디펜스는 지난 2월 이집트에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 등을 공급하는 2조원 규모의 'K9 패키지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K9 자주포 역사상 가장 대규모 수출을 성사시키기 위해 당시 정부는 수은을 통해 이집트 정부에 수입자금을 대출해주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방산 수출은 크게 수출계약과 이와 관련된 대출 등 금융계약이 함께 진행된다. 현재 금융계약도 아직 체결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금융계약은 협상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로 다음달 중 '론 어그리먼트(loan agreement)'를 체결할 예정이다.

금융계약은 보통 선수금을 제외한 계약금액에 대해 이뤄지며 수은은 계약금액의 80% 가량을 수출기반자금 형식으로 이집트에 대출하는 형식으로 전해진다. 형식은 수은이 이집트에 대출해주는 방식이지만 실제 수출대금은 수은에서 수출기업인 한화디펜스로 바로 들어가는 구조다.

수은 관계자는 "수출계약과 금융계약은 별개로 이뤄지고, 현재 금융계약은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계약 발효에 필요한 계약이행보증, 선수금 환급 보증(AP-bond) 등은 발행해준 상태"라고 설명했다. 금융계약은 통상 협상에 수개월이 걸리고, 본계약 발효가 늦어지는 것과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본계약 발효가 늦어지는 이유로 기술 수출 승인이 늦어지는 것을 꼽고 있다. 보통 방위산업 수출계약을 맺을 땐 기술수출협의회를 열어 기술 이전 범위를 승인받고 본계약을 체결해야 하지만, K9 자주포의 이집트 수출계약 당시엔 이 같은 절차를 생략하고 진행했다. 본계약을 체결하고 나서야 기술 이전이 가능한지 검토하게 된 것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기술수출협의회도 9월 이전에 열렸어야 하지만 늦춰지고 있는 상황이다. 언제 열릴 지도 미정이다. 핵심 기술에 대해 기술 이전 승인이 나지 않게 되면 계약 조건이 바뀌게 되면서 2조원대 계약이 무산될 수도 있다.

문제는 이집트 방산 수출을 노리고 있는 국내 기업이 한화디펜스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KAI(한국항공우주산업)도 이집트와 FA-50 수출과 현지 공동생산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이집트는 2023년 기종 선정을 목표로 고등훈련기 100여 대 도입 사업을 진행 중이다. K9 자주포 수출 협상 이래로 논의를 본격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K9 자주포 수출에 적신호가 켜지면 다른 수출 사업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수출계약 발효가 늦어져 문제가 생긴 사례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9년 4월 인도네시아 국방부와 2차 잠수함 건조계약을 체결했지만, 선수금조차 받지 못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본계약이 발효되지 않은 채로 잠수함 설비를 선발주해 막대한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기술 수출 심사과에서 K9 자주포 기술 수출 승인 업무를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유관기관과 기술수출협의회 날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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