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국내 주요 정유·화학 기업들과 손잡고 '폐비닐 재활용'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들은 서울시로부터 공급받은 폐비닐 등을 '도시 유전' 사업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2일 정치권 및 환경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복수의 기업들과 폐비닐·폐플라스틱 수거 관련 협약 체결을 추진 중이다. 대상 기업으로 SK·LG·GS·HD현대그룹 등의 정유·화학 계열사들이 거론된다.
서울시와 기업들은 3월 말경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은 협약에 참여할 지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폐비닐 수거가 중심 내용"이라며 "일부 기업들은 참여하지 않을 수 있고, 몇몇 회사가 추가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가 폐비닐이나 오염된 플라스틱 등의 수거·분류에 행정력을 발휘하고, 이를 화학·정유사들이 받아 재활용에 나서는 모양새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인구 1000만명의 대한민국 수도 서울시와 복수의 국내 유력 기업들이 손잡고 '플라스틱 순환경제' 활성화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폐비닐이나 오염된 플라스틱은 재활용 자체가 어려운 쓰레기다. 300~800도의 고열에 가열해 일종의 '원유' 상태로 되돌리는 '열분해 추출'이 거의 유일한 재활용 방법이다. 실제 서울시와 협력이 유력한 기업들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사업에 뛰어든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열분해유는 원유와 희석해 플라스틱의 원료인 납사(나프타)는 물론, 휘발유·경유 등을 생산하는 정유 공정 원료로 활용할 수 있다. 폐비닐 등에서 열분해유를 뽑아내는 게 '도시 유전' 사업으로 불리는 이유다. 국내 정유·화학 기업들은 2024~2025년 '도시 유전' 시설·공장을 갖추고 사업에 본격 뛰어들 계획을 갖고 있다.
쓰레기 처리에 고심인 서울시는 이번 협약을 통해 쓰레기의 절대적인 양을 어느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인천·경기도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수도권매립지 사용은 2025년 종료를 앞두고 있다. 서울시는 마포구 상암동에 1000톤(t) 규모 소각장을 신설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인근 지역 주민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하루 3200톤 정도의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는 서울시 입장에서, '도시 유전 사업'과 같은 '순환경제'는 반드시 걸어가야 할 길인 셈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서울 국제기후환경포럼'에서 "서울시도 친환경 소비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배출된 폐기물을 수거해서 재활용하는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유·화학 업계도 서울시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 사업 투자 차원에서, 혹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차원에서 '도시 유전'을 주요 아이템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수거·선별'에서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한 해 1000만톤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배출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재활용율은 30%에도 채 못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수거와 선별 자체가 '수작업'에 의지하는 주먹구구식이기 때문인데, 수도 서울시가 팔을 걷고 나서준다면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막대한 비닐·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고, 업계 입장에서는 고질적인 수거·선별 문제를 해결하는 '윈-윈'이 되는 것이다. 비슷한 모델이 향후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결정이 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