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누가 한국에서 사업하려고 하겠습니까?"
지난 26일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 확대 시행을 하루 앞두고 만난 경제단체 간부의 말이다.이 법은 2022년 1월27일부터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 먼저 적용됐고 50인 미만(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중소사업장에 대해서는 2년 간 시행을 유예했다. 국회가 추가로 2년을 더 유예하는 법 개정 논의를 벌였지만 처리가 무산됐다.
중처법의 확대 적용으로서 대다수 기업들이 법의 영향권에 들게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5인 이상 사업체는 75만5000곳, 종사자수는 1500만명이다. 전체 종사자 1810만명의 82.7%에 달한다. 중처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5인 이하(1~4인) 사업장 종사자는 313만명으로 전체의 17.3% 정도다.
재계는 중처법으로 인한 혼란이 앞으로 더 가중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중처법 논의 과정에서 '균형'이 무너진 탓이다. 중처법은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불의의 사고를 막자는 취지에서 2017년 4월 국회에 처음 발의 됐는데, 8년 간의 논의 과정에서 사업주 처벌에 무게가 쏠렸다. 안전한 작업 환경을 조성하고 사고를 미리 막자는 법의 처음 취지와 달리 '중대재해=사업주 책임'이란 결론만 남게 됐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처벌만이 능사가 아닌 만큼 재해 예방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도록 하루빨리 보완 입법을 해야 한다"고 한 것도 이런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제 더 많은 기업들이 중대재해 분쟁에 휘말리게 되고, 산업 현장 곳곳에서 잡음이 심해질 수 밖에 없다. 중처법을 피하기 위해 현장에선 사업체를 쪼개서 근로자를 5명 이하로 고용하려는 시도가 벌어지고 있다고도 한다. 법이 구체적인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탓이다. 중대재해는 특정 기업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중견·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에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결국 국가 산업 경쟁력 악화로 이어지게 된다.
가능성이 희미하긴 하지만, 유예안은 다음달 1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다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 국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