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개선, 풍력발전에 순풍이 됐다[우보세]

안정준 기자
2025.01.09 06:30

우리가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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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제도가 시작이자 끝이었습니다"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에너지공단이 내놓은 '2024년 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 입찰 사업자 선정 결과'에 대한 풍력업계의 반응이다. 중국 등 외산 기자재 사업자가 입찰을 독식한 2023년의 구도가 1년 만에 바뀐 것을 둔 평가다. 2024년 입찰에선 국산 사업자들이 약진했는데, 그게 결국 제도를 바꾼 데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제도 변경 폭은 크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제도 개선을 발판으로 2023년 대비 입찰 가격 배점을 60점(100점 만점)에서 50점으로 내렸고 비가격지표 배점은 40점에서 50점으로 올렸다. 가격과 비가격 배점을 10점의 조정을 통해 기존 60대 40에서 50대 50으로 맞췄을 뿐이다. 하지만 외국산에 눌렸던 국산의 숨통은 크게 트였다. 혈이 뚫린 영역은 기초구조물, 해저케이블 등 풍력 밸류체인 가운데 비핵심 제조가 상당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비'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반대로 말하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국내 업계엔 고작 10점의 벽도 버거웠단 뜻이다. 기존 60대 40의 제도는 태양광 발전에 적용된 고정가격입찰제를 모델 삼아 2022년 마련됐다. 같은 재생에너지라는 범주 내에서 전례를 적용한 셈이었지만 결과는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국산보다 30~40% 싼 중국산 기자재가 입찰을 '싹쓸이'했다. 안방을 요람 삼아 세계시장을 노리려던 국산 풍력 생태계가 무너진단 지적이 나왔고 정부는 업계 애로사항을 수렴했다. 제도 개선의 명분은 '공급망'이었다. 비가격 배점에서 올라간 10점은 국내 공급망 기여와 관련 있는 산업경제 효과 배점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반대의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30~40% 저렴한 외국산 비용을 토대로 국내 풍력 발전시장의 살을 찌울 기회를 놓칠 수 있단 거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대신 5년 뒤 200조원 규모로 성장이 예견된 국내 풍력 관련 산업이 외국산으로 채워질 수 있단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국내 공급망이 무너지면 이보다 더 큰 글로벌 시장에 도전 자체를 못하게 된다. 그런 기회비용까지 생각하면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게다가 초기 단계의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벽을 두텁게 쌓는 게 이미 '글로벌 스탠더드'인 마당에 60대 40의 배점을 50대 50으로 돌려놓는 건 오히려 '비정상의 정상화'다.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인 업계는 제도 개선의 다음 단계를 기대한다. 정부는 올해 입찰에선 공공주도형 별도 입찰시장을 신설하는 한편 안보지표 개선을 추진한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국 모두가 에너지 산업에 대해선 공급망과 안보를 한 묶음으로 관리한단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정상화다. 이제 관건은 일관된 제도의 방향성 유지다. 다만, 늘 정치가 일관적 제도와 정책의 가장 큰 적이었던 만큼 현재의 정국 불확실성이 최대 변수다. 이번 만큼은 순풍이 순식간에 역풍으로 바뀌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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