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표면온도는 직선처럼 올라가지만, 폭염 발생 일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올해 40도 이상의 한반도 최고 기온 기록이 경신돼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기상청 지정 폭염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UNIST)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교수는 23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기후가 이미 "뉴노멀"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 주 찾아 온 '이른 무더위'는 일상화한 기후변화를 다시 한 번 체감하게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1일 경기 양평군 일대에서 35도 이상이 기록됐고, 같은 날 서울 낮 최고기온도 평년 보다 6도 이상 높은 30.8도까지 상승했다. 이번주 더위는 일시적이었지만 7~8월엔 본격적인 폭염이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지난 2월 기상청이 처음으로 발간한 폭염백서의 주(主)저자이기도 이 교수는 "지난해가 엘니뇨(열대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까지 가세하며 기록적으로 더웠기 때문에 지난해 보다 더 덥기는 쉽지 않겠지만, 올해도 평년 보다는 더 더울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폭염(일 최고기온 33도 이상)이 잦아지며 7월(평년기온 24.0∼25.2도)과 8월(24.6∼25.6도)이 지금까지 겪어 온 것 보다는 '더 더운 여름'이 될 거란 설명이다.
그는 "2016년부터 2025년까지 10년은 지구 관측 사상 제일 더운 기간이었다"며 "우리나라도 기록적인 폭염, 열대야가 번갈아가 나왔다"고 했다. 또 "동시에 집중호우, 태풍 같은 것들도 많이 생기고 기후가 역동적으로 바뀌면서 재해가 굉장히 번갈아가며 나타난다"며 "폭염, 열대야 최장 일수 등이 모두 최근 10년 안에 집중됐다"고 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폭염백서에서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 "지구 표면온도는 직선처럼 올라가지만, 폭염 발생 일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는 점"이라 짚었다. 그는 "산업혁명 대비 지구 표면온도가 1.5도가 올라갔는데 폭염 발생 확률은 10배 가까이 뛰었다"며 "앞으로 확률상 꼬리 값에 있는 경우가 실현될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질 것"이라 했다.
이 교수는 "1994년의 더위는 굉장히 이례적인,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더위였는데, 30년만인 작년 그 기록이 깨졌다"며 "정상적인 상태면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더위가 70년 앞당겨져 30년 만에 왔다는 건 재현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는 것, 즉 '노멀'이 바뀌고 있다는 의미"라 설명했다.
100년에 한 번 나타날 만한 일이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최고 기온이 올해 바뀔 가능성도 있다. 2018년 8월 1일 강원도 홍천에서 41도라는 한반도 역사상 최고 기온이 찍혔는데, 이는 1942년 8월 1일 대구(40.0도)의 기록이 76년만에 바뀐 것이다. 그는 "최고기온을 또다시 갱신할 확률이 해마다 높아진다"고 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기온에 습도를 감안한 '체감 온도'가 올해도 높을 거라 예상했다. 한반도에서 겪는 무더운 날씨는 일차적으로 지구 표면 온도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지만, 여기에 가세한 높은 해수면 온도는 습한 여름을 만들고 있다. 기온과 습도가 함께 높으면 체감 온도가 더 높아진다. 예전에는 이른바 '대프리카'라고 불리는 경상북도 내륙지역의 폭염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바다와 가까운 남해안, 서해안 지역에 습도가 높은 더위가 동반되며 전국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게 그래서다.
이 교수는 "태평양이 기후변화와 장주기 변동의 결합으로 지속적인 고수온을 기록하면서 한반도가 영향을 받고 있다"며 "올해도 습하면서 무더운 여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 했다. 그는 "해마다 폭염은 변동이 크지만 해수면 온도는 잘 바뀌지 않기 때문에 고온 해수 온도에 따른 열대야는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도 열대야가 상당히 자주 나타날 것"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