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BOE는 다양한 방식으로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을 빼냈다. 전·현직 직원들을 고용하고, 장비 제조사에도 접근했다. BOE가 영업비밀 침해로 미국 시장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면서 값싼 중국산 OLED에 고전했던 국내 업체의 수혜가 예상된다.
14일 삼성디스플레이가 BOE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예비판결문에 따르면 BOE는 삼성디스플레이의 핵심 직원들을 고용하고, 제조 장비 업체에 접촉해 기술을 베꼈다. 삼성디스플레이 2023년 10월 ITC에 'OLED 영업비밀 부정 취득'했다며 BOE를 제소했다.
BOE는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제조 공정(기술)을 목표로 다양한 방식으로 영업비밀에 접근했다. 우선 BOE는 영업비밀에 접근할 수 있었던 삼성디스플레이의 전·현직 직원들을 고용했다. BOE는 이직을 결정한 직원들에게 상당한 금액의 인센티브를 제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직원들은 회사와 비밀유지계약(NDA)에 서명했음에도 삼성디스플레이에서 했던 업무와 동일하거나 매우 유사한 OLED 관련 업무를 BOE에서 수행했다. 일부 기술 설계팀을 총괄했던 삼성디스플레이 직원이 BOE에 합류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BOE는 삼성디스플레이에 장비를 공급한 업체를 표적으로 삼고, 의도적으로 접근했다. 일부 회사는 별도 법인까지 만들어 삼성디스플레이의 제조라인에 설치된 장비와 유사한 장비를 BOE에 공급했다. BOE는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사와 '위챗'을 통해 일부 공정의 정보와 발주 사양 등의 비밀 데이터를 얻어 내기도 했다
ITC는 예비판결문에서 "BOE는 자사의 OLED 연구개발(R&D)에 투자한 금액을 증거로 제시하지 못했다"며 "삼성디스플레이의 전직 직원과 영업비밀의 도움없이 OLED를 독자적으로 개발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타임라인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BOE의 영업비밀 침해로 삼성디스플레이가 입은 피해는 막대하다. BOE는 삼성디스플레이보다 낮은 가격의 OLED를 앞세워 빠르게 시장에 진출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었고, 매출 손실과 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고객사와 맺은 계약에도 영향을 줬다.
구체적인 사례도 제시됐다. 2021년 BOE는 삼성디스플레이의 핵심 고객사 A사에 접근해 더 낮은 가격으로 OLED를 공급하겠다고 제시했고, 이후 A사는 삼성디스플레이에 새로운 가격 정책을 통보했다. 이전에는 A사가 필요한 수량을 삼성디스플레이에 제시하고, 합의된 가격으로 공급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BOE가 접근한 후 A사는 이전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 삼성디스플레이가 이 가격에 맞추지 못하면 '발주가 없을 수 있다'고 압박했고, 삼성디스플레이는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BOE는 이후 더 공격적으로 낮은 가격을 제시했고, A사의 물량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BOE로 지속해서 이동했다.
ITC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경쟁할 때는 이런 가격 차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ITC는 BOE가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고 봤다. BOE의 OLED 진출로 시장은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양강 구도에서 3자 경쟁으로 바뀌었다.
ITC는 BOE가 삼성디스플레이의 영업비밀을 부당하게 사용했다고 보고 14년8개월의 '제한적 수입금지 명령(LEO)'과 '영업정지명령'(CDO), 대통령 검토 기간 동안 100% 보증금 부과 등을 권고했다. 최종판결은 오는 11월로 예정돼 있다. 이후 60일간 대통령 검토기간을 거치고, BOE는 최종 결정에 불복 시 항소도 가능하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승소가 확정될 경우 OLED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입지는 더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경쟁 심화로 LCD(액정표시장치) 제조를 포기하고 OLED 생산에 집중 중이다.
특히 BOE의 미국 시장 진입 제한으로 북미 시장의 점유율 상승과 가격 인하 압박도 일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BOE가 잠식한 애플의 아이폰 OLED 공급도 물량 증가를 기대해볼 수 있다. 차량, IT용 OELD 시장 점유율 증가도 예상된다.
권민규 SK증권 연구원은 "향후 BOE는 미국 기업 대상 영업 활동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BOE가 애플, HP, 델(DELL) 등 미국업체와 협업하기 어려워짐에 따라 국내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의 교섭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