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정자원)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하며 리튬이온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또다시 커졌다. '열폭주'(thermal runaway) 현상이 재차 주목받으면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반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업계는 이미 다양한 안전 기술을 적용해 온 만큼 이번 논란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정자원 화재를 촉발한 UPS(무정전·전원장치)는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의 배터리셀을 토대로 UPS 제조업체를 거쳐 2014년 8월 국정자원에 납품됐다. 또 배터리 모니터링 시스템 설계 업체인 LG CNS가 지난해 6월 정기 검사에서 사용 연한 10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해당 배터리를 교체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배터리셀 자체의 결함보다는 관리 단계에서 원인을 찾는 시각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가 화재에 취약한 리튬이온 배터리의 특성을 드러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내부 화학 반응이 제어 불능 상태로 이어지는 '열폭주'가 발생할 경우 반응이 끝날 때까지 화재가 이어져 진압이 쉽지 않다는 점은 꾸준히 지적돼왔다. 이번 국정자원 화재를 진압하는 데 22시간이나 걸린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배터리 업계는 화재 자체를 예방하거나 발생하더라도 확산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개발해왔던 만큼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핵심으로 삼는다. 전압·전류·온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과충전이나 과열을 사전에 차단하는 구조다. 최근에는 AI(인공지능)와 클라우드 기반 분석을 접목해 개별 셀 단위까지 미세한 이상 징후를 포착하는 수준으로 발전시켰다. 이와 함께 모듈 단위에서 화재 전이를 방지하는 설계를 갖춰 열폭주 발생을 차단하고 있다.
SK온은 열 차단막과 냉각 플레이트를 적용해 셀 간 열 확산을 막는 솔루션을 마련했다. 또 폭발 방지 기술까지 확보해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삼성SDI는 주력 ESS 제품인 SBB에 독자 개발한 '함침식 소화 기술'을 적용했다. 배터리 셀에서 열이 발생하면 모듈 내부와 연결된 파이프를 통해 소화 약제를 분사하는 원리다. 또 배터리 내부의 온도와 압력이 증가했을 때 발생한 가스를 효과적으로 방출하는 '벤트', 특정 전류가 흐를 때 회로를 끊어버리는 '퓨즈'를 도입해 화재 발생시 인접 셀로 열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배터리 유형 전환도 ESS의 안전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주목받는다.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부피는 크지만 화재 위험이 낮고 비용 경쟁력이 있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대표적이다. LFP 배터리가 대규모 ESS에 적합하다는 평가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대형 배터리 3사는 미국을 중심으로 LFP 생산라인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배터리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냉각액에 직접 담가 열을 빠르게 제어하는 '액침냉각' 기술도 차세대 해법으로 거론된다. 기존 공랭식보다 냉각 효율이 높고 속도도 빠르다는 장점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비용과 기술적 한계 때문에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지만 액침냉각이 적용된다면 열폭주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다양한 기술 고도화를 통해 ESS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