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글로벌 철강 수요가 완만한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란 예측이 잇따르며 국내 철강업계의 실적 반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사는 올해 실적이 소폭 개선되며 '바닥 다지기'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철강산업을 지원하는 'K스틸법'의 국회 통과로 정부의 지원도 뒷받침될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철강협회(WSA)는 내년 글로벌 철강 수요가 올해 대비 1.3% 증가한 17억7000만톤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와 주요국의 인프라 투자가 수요 증가를 견인할 것이란 분석이다. 철강 수요는 2022년 이후 감소세를 이어왔지만, 내년을 기점으로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관측된다.
지역별로는 인도를 중심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에서 수요 회복이 전망된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올해 철강 수요가 0.3% 감소했으나 내년에는 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철강 수요가 내년부터 점진적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며 "한국 철강업계는 수출 중심 성장 전략을 유지하는 동시에 친환경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국내 시장에선 내수 확대가 실적 개선의 동력으로 꼽힌다. 정부가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에 최대 33.1%, 중국산 후판에 최대 34.1%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면서 저가 수입재에 대한 대응 효과가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철강산업은 가까운 곳에 판매할수록 수익성이 높아지는 구조인 만큼 내수 수요는 실적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요 철강사들의 실적은 이미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철강 부문)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4% 증가한 5850억원, 현대제철은 같은 기간 81% 증가한 932억원을 기록했다. 원자재 가격 안정화와 반덤핑 관세 효과가 실적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한 달간 국내 열연 유통 가격은 톤당 평균 82만원 수준으로 지난해(78만원)보다 올랐다.
중국의 철강 감산 기조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올해 중국의 철강 생산량은 전년보다 약 4%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철강 생산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58%에서 올해 52%로 낮아진 상황이다.
여기에 국내 철강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전환 특별법)'도 국회 문턱을 넘어섰다. 법안엔 원산지 규정 강화, 부적합 철강재의 수입·유통 제한,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한 정부의 직접 대응 권한 부여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친환경 철강 원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산업 육성, 기업의 자발적인 산업 재편 지원, 수급 조절이 어려운 정부의 세제·재정 지원을 통한 구조조정 유도 방안 등도 담겼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발표한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과 함께 철강산업 지원 정책이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으로 본다"며 "국내 철강산업의 경쟁력이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50%에 달하는 대미 고율 관세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이와 관련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최근 "추가 협상을 통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고환율 기조 역시 업계 수익성에 부담을 주고 있다. 철강사들은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를 활용해 원료를 수입하는 등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정진수 흥국증권 연구원은 "내년 국내 철강사의 제품 판매량은 올해 대비 4~7% 증가할 전망"이라며 "주요 철강사들의 영업이익률은 소폭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