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콕 집어 기존 합의된 관세인하의 복원을 거론하면서 반도체와 가전업계까지 여파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세인상이 당장 현실화하지는 않았지만 기존 합의의 안정성을 뒤흔들 수 있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들은 선제적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SNS(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게시물을 통해 "한국 국회가 역사적인 무역협정을 승인하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자동차, 목재, 제약을 포함한 모든 상호관세에 대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관세인상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와 가전은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관련 기업들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이 제조하는 반도체는 현재 상호관세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11월 한미 관세협상에서는 한국산 반도체에 대해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았다. 당시 미국은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설명자료)를 통해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와 관련해 반도체 교역규모가 한국 이상인 국가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부여하고자 한다"고 발표했다. 대만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다만 상호관세에 대한 한미협상 기조를 흔드는 돌발발언이 나오면서 최악의 경우 최혜국 대우 약속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상호관세와 별개로 반도체 품목관세 비율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점 역시 변수로 꼽힌다.
최근 미국 정부는 한국산 반도체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는 기류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마이크론 뉴욕공장 착공식에서 "메모리반도체를 만들고 싶은 기업에는 2가지 선택지가 있다.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점유율이 65%를 웃도는 만큼 사실상 한국 기업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기존 합의가 공식적으로 파기되거나 구체적인 세부내용이 나온 것은 없어 정부간 협상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반도체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 빅테크(대형 IT기업)와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실제 적용 가능성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가전은 현재 상호관세(15%)와 철강·알루미늄 품목관세(50%)를 적용받는다. 업계에서는 상호관세가 25%로 오르면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수요둔화와 마케팅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TV와 생활가전부문에서 나란히 고전했다. 가전업계는 관세충격에 대비해 생산지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한편 공급망 전략 재편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