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업계가 올해 들어 첫 달 실적을 선방한 배경엔 하이브리드차와 SUV(다목적스포츠차량) 등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호조가 있다. 계속되는 관세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쟁 격화로 올해도 경영 환경은 녹록하지 않지만 유럽과 북미 등 주요 시장을 중심으로 잘 팔리는 차종을 내세워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고단가 차종인 SUV와 하이브리드 모델의 판매 강세는 글로벌 인센티브 경쟁 심화 속에서도 수익성을 방어하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지난달 해외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준중형 SUV 스포티지의 판매량은 4만1773대, 소형 SUV 셀토스는 2만3261대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3.1%, 30.3% 늘었다.
특히 기아의 인도 생산 거점인 아난타푸르 공장에서 생산되는 소형 SUV 쏘넷은 남미·중동 등으로 팔리며 신흥 시장 공략의 핵심 전략 모델로 자리 잡았다. 쏘넷의 경우 지난해 1월에는 해외 실적 상위권에 없었으나 올해 1만6042대를 기록하며 기아 해외 판매량 3위 모델로 올라섰다.
하이브리드·전기차 등 친환경차 수출도 뒷받침했다.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 중 하이브리드차 수출액은 17억8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64.7% 급증하며 실적 성장을 주도했다. 같은 기간 전기차는 21.2% 증가한 7억8000만달러, 내연기관차는 4.0% 늘어난 33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에 설 연휴가 포함돼 조업일수가 적었던 것과 달리 올해는 1월 영업일수가 상대적으로 늘어나면서 기저효과도 누렸다.
다만 올해 경영환경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 관세 재인상 압박이란 대외 리스크와 글로벌 인센티브 경쟁 심화가 수익성 확보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미국 관세 비용으로만 7조2000억원을 지출하며 합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4.2% 감소한 20조5460억원에 그쳤던 만큼 올해도 이에 대한 대응이 최대 과제다.
그럼에도 완성차업계는 공격적인 실적 목표를 내걸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연간 도매판매 목표를 지난해보다 약 2만대 많은 415만8300대로 설정했다. 같은 기간 기아는 6.8% 늘어난 335만대가 목표다. 양사는 미국 현지 생산 확대와 텔루라이드·셀토스 신차와 하이브리드 모델 신규 추가, 저가형 전기차 EV2 등 신차 투입을 통해 관세와 경쟁 심화 리스크를 정면 돌파한단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예측하기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뛰어난 상품성을 지닌 신차를 출시해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견 3사도 수출이 실적에 힘을 보탰다. GM한국사업장은 내수 판매가 1000대도 못미치지만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1.4% 증가했다. 전체 판매량에서 수출 비중은 98.3%로 압도적이다. KGM은 수출이 소폭 줄었지만 튀르키예와 스페인, 독일 등으로의 판매가 늘며 지난해에 이어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르노코리아도 같은 기간 수출이 22.8% 늘어 내수 판매 감소를 상쇄했다.
업계 관계자는 "1월 실적은 조업일수 증가와 친환경차 수요가 맞물린 결과"라며 "관세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판매 믹스 개선으로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