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브랜드 출범 이후 글로벌 누적 판매 150만대를 돌파하며 럭셔리 브랜드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여온 현대자동차그룹의 제네시스가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신규 진출하며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정의선 회장이 강조해온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 도약' 전략이 유럽 본고장에서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제네시스는 12일(현지시간) 프랑스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고 올 봄 파리와 릴 두 곳에 판매 거점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2021년 독일·영국·스위스 3개국을 필두로 유럽 사업을 시작한지 5년만에 이뤄지는 신규 시장 개척이다.
제네시스는 같은 시기 이탈리아에서도 로마와 파도바에 첫 딜러점을 열고 GV60, GV70 전동화 모델, G80 전동화 모델 등 전기차 3종 판매에 나선다. 프랑스 역시 전기차 라인업을 중심으로 고객 인도를 시작할 예정이다. 전동화 모델을 앞세운 유럽 확대는 정 회장이 강조해온 '전동화 기반 프리미엄 경쟁력' 전략과 맥을 같이 한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진출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신규 시장이 아니라 유럽 자동차 산업의 핵심 거점이라는데 있다. 이탈리아는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등 세계적인 럭셔리·고성능 브랜드의 본고장으로 자동차 디자인과 성능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 수준이 매우 높다.
프랑스는 럭셔리 소비문화가 발달해 있고 고급차 시장 내 전기차 비중이 27%에 달하는 등 유럽 럭셔리 전기차 시장의 요충지로 평가받고 있다. 2024년 기준 프랑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4개국의 고급차 시장 규모는 93만대이며, 이 중 전기차(BEV)는 21만대에 달한다.
제네시스는 연내 스페인과 네덜란드까지 추가 진출을 완료해 7개국 체제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 5대 자동차 시장을 모두 아우르게 된다. 유럽 5대 시장을 모두 커버하는 체제는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그룹 차원의 중장기 전략과도 연결된다.
아울러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모터스포츠 행사에도 참여한다. 오는 4월 17~19일에는 이탈리아 이몰라에서 열리는 2026 FIA 세계내구선수권대회(WEC)에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GMR)'팀이 하이퍼카 'GMR-001'을 앞세워 유럽 데뷔전을 치른다. 모터스포츠를 통한 기술력 검증 역시 정의선 회장이 지속해서 강조해온 고성능 브랜드 육성 전략의 연장선이다.
유럽 시장 확대에 맞춰 현지 경험이 풍부한 핵심 인재도 공격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스텔란티스 산하 란치아, 지프, 피아트 등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출시와 네트워크 구축을 주도한 찰스 푸스터를 프랑스·이탈리아 브랜드 디렉터로 선임했다. 올해 초에는 BMW 알피나, 재규어 랜드로버, 마세라티 등을 거친 티모 토메를 유럽법인 영업 총괄로 영입했으며 네덜란드 제네시스 브랜드 디렉터로는 피터 램머스가 합류했다.
유럽 럭셔리 자동차 시장은 독일 프리미엄 3사(메르세데스-벤츠·BMW·아우디)가 오랜 기간 견고한 기반을 갖추고 있어 비유럽 브랜드가 새롭게 진입하기 쉽지 않은 곳이다. 제네시스가 현지 럭셔리 브랜드 경험을 갖춘 인재를 전진 배치하는 것은 단기 판매 확대보다 중장기적 브랜드 구축에 방점을 둔 전략으로 읽힌다.
피터 크론슈나블 제네시스 유럽법인장은 "제네시스는 유럽 시장에서 장기적인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디자인과 성능, 고객 경험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