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일찌감치 '가전 구독' 생태계 구축에 나선 가운데 일본 파나소닉도 최근 서비스를 시작했다. 수요 둔화에 직면한 국내·외 가전업계가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 파나소닉은 지난달 밥솥·전자레인지·냉장고·세탁기 등 필수 생활가전 4종을 월 4980엔(약 4만6700원)에 대여하는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봄철 이사 시즌을 앞두고 홀로 사는 10~20대 젊은 고객층을 겨냥한 것이다. 월 1~2만원대의 비용으로 1~2종의 가전을 이용할 수 있는 실속형 상품도 함께 내놨다.
국내 기업은 가전 구독 서비스 분야에서 한발 앞서 있다. LG전자는 2022년부터 프리미엄 가전을 중심으로 구독 제품군을 확대하며 꾸준히 성장해왔다. LG전자의 가전 구독 사업 매출은 △2022년 3686억원 △2023년 4349억원 △2024년 773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구독 사업만으로 약 2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역시 2024년 AI(인공지능) 가전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구독 사업에 나섰다.
가전업계가 구독 사업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국내외 가전 수요 둔화가 있다. 국가통계포털의 '재별 및 상품군별 판매액'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전제품 판매액은 28조7744억원으로 직전 연도 대비 5.7% 감소했다.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가전 시장도 국내와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단순 가전 판매 기반의 성장 한계가 뚜렷해지면서 가전업계는 구독을 통한 안정적인 매출 기반과 고객 '락인'(Lock-in) 효과를 동시에 노리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가전기업들은 특히 구독 사업을 차세대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본격적인 확장에 나섰다. 삼성전자보다 먼저 구독 사업을 시작한 LG전자는 해외 시장으로도 반경을 넓히고 있다. 대만과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등 LG전자가 주력하는 '글로벌 사우스'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현지 호응도 뜨겁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지난해 5월 월 판매 구독 계정 수가 1만 건을 넘어섰다. 태국은 구독 서비스 시작 9개월 만에 누적 계정 수 1만건을 달성했다.
올해에는 베트남 현지 대형 상업은행 밀리터리뱅크(MB)와 손잡고 가전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다. 추후 서비스 대상 국가도 순차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LG전자는 가전 구독 사업 매출을 2030년까지 6조원 이상 규모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기존 구독 서비스인 'AI 구독 클럽'에 케어 서비스를 강화한 '블루패스' 서비스를 도입해 사용자 편의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고객이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맞춰 설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구독 기간 내 횟수 제한없이 A/S(애프터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제품 설치 단계부터 사후 관리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제휴 혜택과 구독 기간 선택 폭도 확대해 국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전 수요 둔화 속에서 구독 서비스는 안정적인 매출과 고객과의 장기 관계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전략이 되고 있다"며 "1인가구와 젊은 고객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 시장 확대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