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에 위법 판결이 내려짐에 따라 250조원 규모의 '관세 환급'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기업들 역시 관련 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종의 눈치싸움이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일(현지시간)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하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한국의 경우 미국 정부로부터 지난해 4월5일부터 10%의 국가별 관세를 부과받았었고, 8월7일부터는 이 관세율이 15%로 올랐었다. 그런데 이같은 국가별 상호관세에 대한 법적 근거가 사라진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 정부에 대한 관세 반환 소송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는 평가다. 로이터통신은 펜실베이니아대 '펜-와튼 예산 모델'(PWBW)의 분석을 인용해 연방대법원의 이날 판결에 따른 관세 환급 요구액이 1750억 달러(약 253조662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대 1700억 달러(약 246조원)로 예상했다.
국내 기업들에게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상호관세가 위법하다고 결론이 난 것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환급을 요청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법적 검토 등을 거쳐 입장을 정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지'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위법 판결과 관련해 연방대법원에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부으면서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전 세계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힘을 줬다. 관세 정책에 대한 자신의 강력한 방향성을 재확인 한 것이다. 기업들이 "변한 것은 없고 오히려 불확실성만 증폭됐다"고 우려하는 배경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국 측에 '상호관세 환급'을 요청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정치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 임기 초반인 트럼프 대통령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기업 입장에서 환급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게 힘들 수 있다"며 "결국 누가 가장 먼저 환급 소송을 진행할 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환급 소송이 대세가 된다면 걷잡을 수 없이 많은 기업들이 이 움직임에 동참하게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일각에선 정산 개념으로 '환급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을 제기한다. 백악관은 상호관세 위법 판결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10%의 관세가 오는 24일(현지시간)부터 발효된다고 설명했다. 기존 15% 상호관세에 대한 환급 금액을 향후 적용될 10% 관세분에 적용해 실질 관세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한 수출 기업 관계자는 "관세의 경우 국제 정치경제 이슈이기 때문에 환급 이슈 역시 정부 차원의 의제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국가 간 조율한 큰 틀의 원칙 아래에서 각 회사가 환급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