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지나면 바닥..석화업계 "정부 차원 나프타 비축 방안 필요"

김지현 기자
2026.03.19 15:34

나프타 가격 2배 급등…"내수 물량 확대할 경우 비용 보전 있어야"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유가급등에 따른 대책 마련을 위한 석유화학 업계 간담회' /사진=김지현 기자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기초 원료인 나프타 공급이 끊기면서 국내 기업들 대부분이 최소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중동 사태가 끝나더라도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여수(전남)·대산(충남)·울산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 산업단지(산단) 내 기업들 대부분이 현재 50~60% 수준의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 나프타 비축분은 약 보름(15일)치에 불과해 이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다음달 중순 전후로 공장 가동 중단(셧다운)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국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유가급등에 따른 대책 마련을 위한 석유화학 간담회'에서 업계는 나프타 수급 상황의 심각성을 한 목소리로 호소했다. 배용재 여천NCC 전무는 "중동 사태 전 톤당 600달러 수준이던 나프타 가격이 현재 1100달러에 이른다"며 "가격을 불문하고 최소 가동률 유지를 위해 필요한 나프타를 구하기도 어렵다"고 운을 뗐다. 정종은 LG화학 상무는 "나프타를 구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10일 여천NCC를 시작으로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은 고객사에 일부 품목의 공급 차질 가능성을 통보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향후 공급 불가 품목이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동욱 한화솔루션 상무는 "한화솔루션은 나프타의 원료인 에틸렌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구조여서 공급이 끊기면 제품 생산 자체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중동 사태 이전부터 석유화학 업황 둔화로 대부분의 기업이 운영자금과 재고를 최소화해온 점도 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김영번 롯데케미칼 상무는 "정부 주도의 석유화학 사업 재편이 진행 중인 가운데 중동 정세 불안까지 겹치며 상당히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국내 플라스틱 중소업체들도 원재료 가격 급등 및 수급 불안정에 시달리며 정부는 석유화학 기업들에 내수 물량 확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번 상무는 "3~4월에 합성수지에 대한 수출 물량을 최소화할 것"이라며 "일부 해외 업체들을 대상으로는 계약 취소를 추진하고, 국내 공급 물량을 45%에서 90%까지 늘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판가(판매가격)는 수출 가격이 더 좋지만 국내 화학 생태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욱 상무도 "에틸렌 가격이 높아 손익이 안 나와도 공장을 가동해 최대한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이번 중동 사태를 계기로 나프타에 대한 정부 차원의 비축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원유나 액화천연가스(LNG)처럼 대규모 투자와 저장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이 정부 기조에 맞춰 내수 물량을 확대할 경우 발생하는 손실에 대해 보전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배용재 전무는 "업스트림 기업들이 손실을 감내하고 국내 공급을 늘릴 경우 해당 손실을 어떻게 보전해 줄지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전 밸류체인 내에서 합리적인 방안이 도출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8일 나프타를 경제안보품목으로 한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공급망 피해 기업에 대해서는 1조5000억원 규모로 금융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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