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DL케미칼·한화솔루션·롯데케미칼 등 4개사가 제출한 사업재편계획서 최종안이 정부 승인을 받으면 국내 에틸렌 생산 감축 규모는 당초 정부가 제시한 최소 목표치(270만톤)에 근접하게 된다. 정유사를 보유하지 않은 이들 기업이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나프타 수급 리스크에 직면하면서 구조조정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는 분석이다. 남은 구조개편 논의 중 LG화학과 GS칼텍스 사이에서는 지배구조 규제와 자산 가치 평가 문제가, 울산 지역에서는 에쓰오일의 신규 설비를 감축 대상에 포함할지 여부가 각각 변수로 꼽힌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여천NCC, DL케미칼, 한화솔루션, 롯데케미칼 등 4개사는 이날 정부에 '여수 1호 프로젝트' 사업재편계획서 최종안을 제출했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NCC(나프타분해설비)를 분할해 여천NCC와 통합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설법인을 설립하는 게 핵심이다. 다운스트림 부문에서도 각 사의 주력 사업을 신설법인에 통합한다.
각 사가 보유한 에틸렌 생산설비 가운데 여천NCC의 2·3공장을 폐쇄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여천NCC가 감축하는 에틸렌 생산량은 약 138만톤(2공장 91만5000톤, 3공장 47만톤)에 달한다. 앞서 정부가 롯데케미칼 대산 NCC(110만톤) 가동 중단을 승인한 것까지 포함하면 총 감축 규모는 약 250만톤 수준이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최소 목표치(270만톤)에 근접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NCC 4기(여천NCC 3기, 롯데케미칼 1기) 가운데 2기를 가동 중단하는 큰 방향은 정해졌다"며 "세부적인 감축 규모와 방식은 통합 법인의 거버넌스 체계가 마련된 이후 다운스트림 합리화 전략과 연계해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은 구조조정 논의를 앞당긴 요인으로 꼽힌다. 중동 정세로 인해 석유화학 업계는 나프타 수급 불안 상황에 처한 상황이다. 이번 재편에 참여한 4개사는 정유사를 보유하지 않은 석유화학 기업 중심 구조라 나프타 가격 급등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분쟁 직후부터 여수 석유화학단지의 가동률이 이달 말부터 급격히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고 했다.
시장의 관심은 여수 산단 내 다른 구조조정 대상 기업인 LG화학과 GS칼텍스로 향한다. LG화학과 GS칼텍스는 설비 단일화를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며 GS칼텍스가 LG화학의 NCC를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GS칼텍스는 지주회사인 GS의 손자회사다. 향후 LG화학의 NCC를 인수하며 설립할 합작법인은 GS의 증손자회사가 된다. 그러나 현행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가 증손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지 않을 경우 지배 구조가 인정되지 않아 기업결합의 걸림돌로 꼽힌다. 이와 함께 LG화학 NCC의 자산 가치 평가를 둘러싼 양사 간 이견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승인된 대산 프로젝트와 이번 여수 1호 프로젝트에 참여한 4개사는 기존에도 합작법인(각각 HD현대케미칼·여천NCC)을 운영해온 구조였다"며 "반면 LG화학과 GS칼텍스는 새로운 합작 구조를 설계해야 하는 만큼 셈법이 더 복잡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울산 지역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양상이다. SK지오센트릭, 대한유화, 에쓰오일 3사 간 논의에서 쟁점은 에쓰오일의 참여 여부다. 에쓰오일은 약 9조원을 투자해 연간 180만톤 규모의 신규 에틸렌 설비 '샤힌 프로젝트'를 건설 중이다. 내년 초 가동 예정인 해당 설비를 두고 에쓰오일은 최신 설비인 만큼 감축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다른 기업들은 형평성을 이유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