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노르웨이, 탄소무배출 선박·전기차 천국된 이유는

권다희 기자
2026.03.30 05:50

[2026 지속가능한 미래, 길을 묻다]<9>안네 카리 한센 오빈 주한 노르웨이 대사

[편집자주] 에너지와 산업에서의 탄소배출 저감, 이른바 녹색전환은 시장 압력에 따른 공급망 탈탄소와 에너지안보 강화란 동력이 더해지면서 점점 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주목받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관련 인터뷰를 통해 지속가능한 녹색전환과 성장을 이루기 위한 길을 모색해본다.
안네 카리 오빈 주한노르웨이 대사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노르웨이는 역설적인 나라다. 유럽 최대 산유국으로 꼽히지만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라는 개념을 전 세계에 처음 확산시킨 장본인이기도 해서다. 화석연료로 부를 쌓은 나라가 탈탄소 전환에서도 앞서가는 배경에는 자원을 바라보는 남다른 정책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안네 카리 한센 오빈 주한 노르웨이 대사(사진)는 지난달 5일 서울 성북구 소재 대사관저에서 머니투데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노르웨이의 정책은 자원을 미래 세대까지 고려해 관리해야 한다는 장기적 사고에서 출발했다"며 "이 원칙은 에너지 정책뿐 아니라 국가 운영 전반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고 운을 뗐다.

'지속가능 발전' 개념의 고향 '노르웨이'

노르웨이는 1960년대 후반 북해에서 석유와 가스를 발견하며 대표적인 자원부국으로 성장했다. 현재도 석유·가스 생산량의 대부분을 수출한다. 그럼에도 1990년 대비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55%, 2035년까지 70~75% 감축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자원을 단기적 수익의 원천이 아니라 장기적 복지와 산업 기반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철학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는 평가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이 국제적으로 정립된 출발점이 노르웨이와 맞닿아 있다는 점도 궤를 같이 한다. 노르웨이 총리를 지낸 그로 할렘 브룬틀란은 1980년대 유엔 환경개발위원회를 이끌며 이를 공식화했고, 이후 전 세계 기후·환경 정책의 기준이 됐다. 여기에는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경제 성장과 자원 이용을 미래 세대까지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는 비전이 담겨져있다. 오빈 대사는 "노르웨이는 산업화 초기부터 수력발전을 기반으로 자원을 관리해왔고, 이러한 경험이 지속가능성 개념과 정책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석유 수익을 국부펀드로 축적해 미래 세대를 위한 자산으로 관리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오빈 대사는 "노르웨이는 석유와 가스를 발견했을 때부터 '이 자원을 어떻게 관리해야 국가 전체의 이익이 될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며 "지속가능성은 특정 정책이 아니라 자원을 대하는 방식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브룬틀란 보고서와 지속가능 발전 개념/그래픽=윤선정
탄소세부터 전기선박·전기차까지..기후·산업정책과도 연계

특히 노르웨이는 산업정책과 연계한 기후정책을 가장 앞서 도입한 국가 중 하나다. 1991년 탄소세를 도입해 산업계가 탄소배출을 줄이도록 유도해왔다. 여기에 공공조달에 '무배출' 기준을 도입해 전기·저탄소 선박 시장을 빠르게 키웠다. 현재 노르웨이에는 약 200척의 저탄소 페리가 운항 중이며, 이 가운데 80여척은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선박이다.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약 95~97%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기차에 대한 인센티브를 적극 확대해온 결과다.

오빈 대사는 "기후정책은 단순히 배출을 줄이기 위한 규제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을 만드는 정책과 함께 가야 한다"며 "명확한 기준과 인센티브가 있을 때 기업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만들어낸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기존 화석연료 산업에서 축적한 기술과 자본 역시 탈탄소 산업으로 전환하는데 적극 활용해왔다. 대표적인게 탄소포집저장(CCUS) 사례다. 유럽 전역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북해 해저에 저장하는 '노던라이츠' 프로젝트는 세계 최초의 국경간 상업용 이산화탄소 운송·저장 인프라다. 노르웨이는 30년 이상 대륙붕에 탄소를 저장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관련 기술을 상용화했다. 아울러 해상 유전 개발 과정에서 쌓은 해저 구조물 설치 기술은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오빈 대사는 "노르웨이의 재생에너지 산업은 해상 석유·가스 산업에서 축적한 기술 위에 세워지고 있다"며 "기존 산업의 전문성을 새로운 에너지 산업으로 연결하는 것이 전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정책과 기후정책이 함께 움직일 때 전환은 비용이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와 성장 기회가 된다"며 "탈탄소는 이미 정해진 방향인 만큼 이를 어떻게 기회로 만들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안네 카리 오빈 주한노르웨이 대사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약력

△2022년~현재 주한 노르웨이 대사 △2020~2022년 노르웨이 외교부 중동·북아프리카국 수석자문관 △2016~2020년 주캐나다 노르웨이 대사 △2009~2015년 노르웨이 외교부 북극·극지·자원국 국장 △2005~2009년 노르웨이 외교부 환경·지속가능개발국 부국장 △2002~2004년 노르웨이 외교부 글로벌안보·핵안전국 자문관 △1999~2002년 나토(NATO) 주재 노르웨이 대표부 임원 △1998~1999년 노르웨이 외교부 나토국 담당관 △1996~1997년 노르웨이 외교부 해양생물자원·북극국 담당관 △1993~1996년 노르웨이 외교부 유럽연합(EU) 및 유럽경제지역(EEA)국 담당관 △유럽대학(벨기에 브뤼헤) 유럽경제통합 석사 △런던정경대(LSE) 해양법·경제·정책 석사 △ 노르웨이 경제경영대학원(NHH) 경제·경영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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