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도 명품브랜드 3대장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가 지난해 한국에서 역대 최대실적을 거뒀다. 이들 브랜드가 가격을 여러 차례 올렸음에도 수요가 늘고 매출확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13일 각 사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에르메스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1조1251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9600억원대로 집계된 전년 대비 16.7% 증가한 규모다. 영업이익은 3055억원으로 전년 대비 14.5% 늘었다. 다른 명품브랜드의 실적도 고공행진한다. 루이비통코리아의 매출은 전년 대비 6.1% 증가한 1조8543억원으로 최대실적을 거뒀고 영업이익도 5256억원으로 35.1% 늘었다. 샤넬코리아 역시 매출은 2조130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9% 증가하며 2조원을 넘겼다. 영업이익은 3360억원으로 25% 증가했다.
호실적의 배경에는 수차례 가격인상이 있다. 실제 에르메스는 지난해 1월과 6월 가방과 신발 등 일부 제품의 국내 가격을 올렸다. 이에 '버킨백' 30사이즈 토고 가죽 소재 제품은 종전 1831만원에서 2011만원까지 뛰었다.
샤넬은 지난해 1·3·6·9·11월 5차례에 걸쳐 가방과 주얼리, 잡화 등의 가격을 인상했다. '25 핸드백'의 경우 지난해 평균 9.3%가량 오르면서 종전 907만원에서 992만원이 됐다. 미디엄백은 970만원에서 10.6% 올라 1073만원으로 1000만원을 넘겼다. 라지백은 1088만원에서 1177만원으로 8.1% 인상됐다. 올해도 인기제품을 중심으로 가격인상을 단행해 2000만원까지 뛴 제품도 있다.
루이비통 역시 지난해 1·4·11월 3차례 국내에서 판매하는 일부 가방의 가격을 3%가량 인상했다. 대표 제품인 '알마BB(모노그램)'는 종전 268만원에서 277만원으로 약 3.4%, '스피디 반둘리에 30'은 276만원에서 286만원으로 3.6% 뛰었다.
세계 명품브랜드가 국내에서 수차례 가격을 올렸음에도 수요는 위축되지 않고 굳건한 모습이다. 가격이 비쌀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인 '베블런 효과'가 작용하며 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불황에 고가제품을 가지려는 '하이엔드' 소비가 시계, 주얼리 중심으로 이뤄지면서다. 여기에 혼인율이 반등하면서 반지와 시계 등 고가예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도 명품 매출증가에 기여했다.
매출확대에는 투자수요 증가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에르메스와 샤넬 가방 등은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품목으로 인식되면서 투자수단으로 각광받았다. 일부 인기 모델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오르고 리셀(재판매)가가 본래 가격을 뛰어넘어 '샤테크'(샤넬+재테크) "명품은 오늘이 제일 싸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인상이 오히려 구매욕구와 소장심리를 자극하면서 잘 팔릴수록 비싸진다는 공식이 매년 반복된다"며 "이런 공식을 확인한 명품브랜드들은 브랜드 상징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성장세도 이어갈 수 있어 가격인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