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 소급? 쿠팡 노렸나…기업 대혼란·외교문제 비화 가능성도

박종진 기자, 이태성 기자
2026.04.14 17:50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4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2026.4.1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재계에서는 국회 처리 절차가 시작된 집단소송법안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이상의 충격을 몰고 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이 조선·자동차·건설 등 하청업체가 많은 업종에 직격탄을 주고 있다면 집단소송법은 통신·유통·플랫폼 등 개인정보를 많이 다루는 기업들에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이 우선 문제 삼는 부분은 소급 적용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의원들이 발의안 14개 관련 법안 중 사실상 정부안이라고 할 수 있는 박균택 민주당 의원 안 등 총 9개 법안에 소급 조항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없는 죄를 만들어내는 의미의 소급 적용이 아니고 피해자 손해배상, 구제하는 과정에서 소송상의 효율성을 도모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 경우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안 날로부터 3년·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가 얼마 남지 않은 사건들을 중심으로 단기간에 '기획 소송', '묻지마 소송'이 남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A기업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종료됐다고 생각하는 과거 사건도 다시 대규모 소송을 준비해야 할 판"이라며 "줄줄이 거액의 소송에 시달리면 어지간한 기업은 못 버틴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우리 헌법의 근간에 자리 잡은 '신뢰보호의 원칙'에 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 소송을 다뤄온 법조계 한 인사는 "기업은 현행 소송 체계를 기반으로 책임보험 가입과 위기관리 계획 등을 결정해왔기 때문에 급작스러운 집단소송법 소급 적용은 단순한 재무 손실을 넘어 경영 기반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재계 안팎에서는 '소급 조항'이 사실상 쿠팡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지난해말 국회의 쿠팡 청문회에서는 "몽둥이가 모자라"(김영배 민주당 의원)는 발언까지 나오고 국정조사요구서까지 제출되는 등 여권의 때리기가 집중됐다.

이 때문에 소급 조항이 담긴 집단소송법이 그대로 통과되고 쿠팡에 대한 소송이 본격화되면 미국과 외교 통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쿠팡과 관련해서는 미 하원 청문회, USTR(무역대표부)의 무역법 301조 적용 여부 검토 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 후보에 케빈 워시 쿠팡 이사까지 지명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이례적인 소급입법으로 쿠팡을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 포함하면 오히려 쿠팡이 '희생자' 이미지로 바뀔 수 있고 무엇보다 민감한 시기에 미국과 불필요한 무역분쟁 소지까지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뉴시스] 이윤희 특파원 =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가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를 불러 쿠팡 사태 관련 비공개 증언청취(deposition)를 진행한 23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DC 국회의사당 건물이 흐린 하늘 아래 보이고 있다. 2026.02.24. sympathy@newsis.com /사진=류현주

소급 조항뿐만 아니라 시민단체가 대표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규정도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피해 구제의 본질보다는 정치적 목적 등을 위한 수단으로 집단소송을 악용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여기에 영업비밀도 거부의 정당한 이유로 보지 않는 자료제출명령, 소송 허가 전 단계에서 상대방에게 자신이 보유한 증거를 공개하는 증거 개시(디스커버리 제도), 소 제기 전이라도 가능한 증거조사 신청 등이 자칫 기업의 내밀한 정보를 노출될 수 있게 만든다는 의견이다.

B기업 관계자는 "중동 전쟁에 따른 국가적 위기까지 겹친 마당에 왜 이렇게 자꾸 기업에 큰 부담을 지우는 법안을 강행하려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답답해했다.

여권은 신속 처리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제정법 처리에 필요한 공청회 개최도 조만간 일정이 잡힐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법제사법위원회는 범여권 11명, 국민의힘 7명 구도인데 법사위원장과 법안심사1소위원장 모두 민주당 내 강경파로 꼽히는 서영교, 김용민 의원이 각각 맡고 있어 법안 처리는 언제든 가능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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