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도피·형사고소까지…'중구난방' 스타트업 회계

해외도피·형사고소까지…'중구난방' 스타트업 회계

최우영 기자
2026.08.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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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일탈부터 투자금 횡령까지 천태만상
수십에서 수백곳 포트폴리오 가진 투자사가 일일이 실사하는 데 한계
회계조작 막을 ERP 시스템 배포 및 주식회사 제도에 대한 교육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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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애즈위메이크
/사진=애즈위메이크

식자재마트 플랫폼 '큐마켓' 운영사인 애즈위메이크의 재무자료 위조 의혹으로 벤처투자업계가 술렁이는 가운데 이 같은 참사가 '불가항력'이라는 자조 섞인 평가가 나온다.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는 VC(벤처캐피탈)와 AC(액셀러레이터)가 개별 투자사에 대해 일일이 실사하는 데 물리적 한계가 엄연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투자사의 관리·감독 아래 스타트업들이 투명하게 경영할 수 있도록 ERP(기업자원관리) 시스템을 지원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아울러 스타트업이 주식회사로서 기본 체계를 갖추도록 투자자와 피투자사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매출 조작부터 '몰래 법카'까지

16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애즈위메이크 사태의 핵심은 '회계 조작'이다. 2023년 하반기부터 매출과 은행 잔고 등을 실제와 다르게 수정한 자료를 투자자들에게 제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손수영 대표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5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대부분의 투자사는 실상 파악과 동시에 법적 대응에 나섰다.

스타트업의 재무자료 조작은 종종 발생하는 사고다. 시각장애인용 점자 콘텐츠 스타트업 '센시' 사태가 대표적이다. 센시는 매년 해외 매출과 영업이익이 발생한다고 투자사에 밝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회계법인의 '감사 거절' 이후 서인식 센시 대표는 미국으로 잠적했다. 투자금 횡령 혐의로 경찰이 수사 중이다.

한 스타트업에선 재무팀장이 투자사 모르게 개설한 법인카드로 약 18억원의 게임 아이템을 결제하다 적발된 적이 있다. 재무자료를 직접 조작해 투자사들에게 장기간 걸리지 않았다. 한 VC는 투자한 기업이 제출한 재무자료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긴급 실사에 나섰지만 의문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 본격적인 실사에 나설 경우 해당 스타트업이 무너질 수 있다는 판단에 자신들이 보유한 구주만 조용히 처분했다. 문제 제기가 곧 투자한 회사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구조가 침묵을 만든 셈이다.

투자사들 하소연 "작정하고 속이면 알 수가 없다"
애즈위메이크 라운드별 투자사 명단(시드 제외)/그래픽=이지혜
애즈위메이크 라운드별 투자사 명단(시드 제외)/그래픽=이지혜

최근 이슈가 된 애즈위메이크는 2022년 11월 시리즈A 투자를 시작으로 지난해 12월까지 20곳 넘는 투자사의 돈을 유치했다. 금액을 공개하지 않은 시리즈C2 투자를 빼고도 260억원가량이 들어갔다. 일각에서는 수많은 투자사가 애즈위메이크 실사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실사와 사후관리의 물리적 한계를 지적한다. 심사역 한 명이 담당하는 포트폴리오 기업이 수십 곳에 이르는 상황에서 모든 회사의 재무 실체를 상시로 검증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회사가 제출한 감사보고서와 잔고증명서를 사실로 전제한 채 심사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후속 라운드에서는 앞선 투자자의 검증을 신뢰해 실사 강도를 낮추는 관행도 있다.

투자자와 창업자의 관계 자체가 검증을 어렵게 만드는 측면도 있다. 투자사가 의심을 전제로 자료를 요구하기 시작하면 신뢰 관계가 깨져 정상적인 협업이 어려워진다. 성장 지표가 가파른 기업일수록 투자 경쟁이 붙어 실사에 쓸 시간이 줄어드는 점도 맞물린다.

투자 계약에 담기는 진술·보장(R&W) 조항의 실효성도 제한적이다. 재무자료가 사실과 다를 경우 투자금 반환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명시하지만, 회사에 자금이 남아있지 않으면 실제 회수로 이어지기 어렵다.

감시 대신 시스템…ERP 깔아주는 VC도

감시 강화 대신 시스템 구축으로 회계 조작을 미연에 방지하는 경우도 있다. 한 VC는 자체적으로 ERP 시스템을 개발해 포트폴리오 기업에 공급한다. 스타트업이 자력으로 갖추기 어려운 백오피스를 제공해 업무 편의성을 높이면서 투자사는 회계와 사업 데이터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 VC는 LP(출자자)들에게도 이 같은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같은 방식을 정부 차원에서 확산시킬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변호사는 "중소벤처기업부 정책으로 스타트업이 투자사와 공유할 수 있는 ERP 시스템과 데이터룸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며 "그래야 국내외 투자자들이 '한국 스타트업은 상장사 못지않은 체계를 갖췄다'며 믿고 투자하기 용이해진다"고 바라봤다.

"창업자, 투자사 모두 '주식회사' 이해 늘려야"

벤처투자업계에서 유독 주식회사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문제가 생긴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식회사 제도는 '회사'와 '창업자'를 다른 인격체로 본다. 이 때문에 상법과 민법에서는 회사에 '법인'이라는 별도의 인격을 부여한다. 회사와 개인(창업자)의 재산은 법적으로 분리되고, 그 대가로 주주는 출자한 만큼만 '유한책임'을 진다. 이러한 구조를 위해 △소유와 경영의 분리 △의사 결정의 절차화 △회계와 정보의 투명성 등이 필요하다.

김 변호사는 "많은 창업자가 주식회사와 개인 사업체를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비극이 시작된다"며 "기업 실사 과정에서 회사 정보를 정리해 올리는 '데이터룸'조차 무엇인지 모르는 곳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투자사가 창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연대책임 관행,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이사회, 스타트업의 부실한 내부 재무 시스템 등의 문제 모두가 '주식회사에 대한 몰이해'라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며 "창업자와 투자사 모두 주식회사가 어떤 것인지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교육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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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산업부 유니콘팩토리에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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