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수입할 필요가 없습니다. 해상풍력은 한국의 에너지 자립 달성에 핵심입니다."
최승호 퍼시피코에너지코리아 대표가 지난 7일 머니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강조한 건 에너지안보 제고를 위한 해상풍력의 빠른 확산이다. 그는 "한국의 생존은 결국 에너지자립 속도에 달려 있다"며 중동 정세 불안과 화석연료 가격 급등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해상풍력이 한국 에너지 구조의 취약성을 보완할 핵심 수단이라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은 국내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원의 약 94%를 수입에 의존한다. 전력·냉난방·교통수단 등 에너지가 필요한 거의 모든 시스템이 원유와 가스 중심으로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화석연료 수입이 막히면 한국 경제는 멈출 수밖에 없다"며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산업 전반이 큰 충격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같은 위기는 반복되고 있다. 그는 "이란전쟁처럼 지정학적 충돌이 발생하면 에너지안보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국가 생존 문제로 직결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생산 가능한 에너지원 중 대규모 발전이 가능한 해상풍력이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했다.
최 대표는 "한국은 대규모 육상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을 하기에는 자연적·지형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해상풍력이 기저발전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고 에너지 전환을 실제로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대규모 재생에너지원"이라고 단언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시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태양광·육상풍력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늘릴 계획이다. 결국 2035년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에너지자립을 이루려면 중장기적으로는 해상풍력의 대규모 확충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문제는 속도다. 최 대표는 "해상풍력이 에너지자립의 핵심으로 역할하려면 무엇보다 속도, 즉 신속한 추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해상풍력 사업 발굴부터 실제 운영까지 약 10년이, 발전사업허가 이후에도 최소 7~8년이 소요된다. 계통·육상 변전소·배후항만 등 기반시설 부족과 복잡한 인허가 절차가 주요 원인이다.
그는 "해상풍력특별법 체계에서도 발전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최소 5~6년이 걸리는 반면 대만은 최근 3.6기가와트(GW) 규모 입찰을 진행하면서 4~5년 내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항만 등 해상풍력 기반시설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사업자가 협력해 인허가 시간을 최대한 단축한다면 사업 기간을 최소 2년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공급망 구축이 에너지안보는 물론 국내 기업의 수출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최 대표는 "해상풍력을 한다는 건 단순히 전기를 생산하는 게 아니라 전체 공급망을 갖는다는 의미"라며 "정책적으로 에너지안보 자산으로 육성하려면 국내 공급망 구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상풍력은 철강부터 터빈, 타워, 하부구조물, 해저케이블, 해상변전소 등 제조업 기반의 복합 산업이다. 이 중 하부구조물과 타워, 케이블 등 상당 부분은 한국 기업이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핵심 설비인 터빈은 글로벌 시장(중국 외 시장)에서 여전히 유럽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터빈은 20년 이상 가동되는 설비로, 고장 한 번이 발전 손실과 직결된다. 결국 터빈의 성능과 유지보수 역량이 사업 수익성을 좌우하며, 어떤 기업과 계약을 맺느냐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 조달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국산화 기반을 체계적으로 강화하는 동시에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터빈 기업을 국내에 유치해야 한다"며 "공급망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가 명확한 목표와 시장 신호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핵심은 시장 규모다. 그는 "기업은 확신이 있어야 투자한다"며 "확실한 수요와 정책 신호만 있다면 글로벌 터빈 기업의 국내 진출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 시장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투자를 주저해왔다. 덴마크 베스타스가 국내 생산기지 계획을 검토하다 보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 대표는 "공급망 강점을 극대화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면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해상풍력 시장의 공급망 허브가 될 수 있다"며 "해상풍력 공급망은 한국 제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지역 기업 입장에서는 글로벌 개발사와 대규모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 단순한 일감 확보를 넘어 해외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된다"며 지역 경제와의 연계도 제안했다.
퍼시피코에너지코리아 역시 전라남도 진도군 일대에서 3.2GW 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공급망 구축을 병행하고 있다. 현재 한국·일본·베트남 등에서 아태지역에서 진행 중인 10GW의 해상풍력 사업을 활용해 국내 공급사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아울러 "앞으로는 재생에너지를 쓰지 않으면 제품을 팔 수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 예측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탄소가 사실상 무역 장벽화하며, 기업이 쓰는 전력·에너지의 탄소배출량이 경쟁력의 핵심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해상풍력은 단순한 전력 정책이 아니라 산업경쟁력과 직결된 전략 자산"이라며 "에너지전환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머지않은 미래에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퍼시피코에너지
미국에 본사를 둔 에너지 기업이다. 한국법인은 2018년 설립해 해상풍력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전라남도 진도군에서 명량해상풍력(420MW), 만호해상풍력(990MW), 진도바람해상풍력(1.8GW) 등 3.2GW 해상풍력 발전단지 클러스터를 개발 중이다. 진도 클러스터의 1단계 사업인 명량해상풍력은 지난해 9월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이미 준공·운영 중인 발전자산(태양광·ESS·풍력)은 1.7GW이다. 아태 지역에서 해상풍력 사업은 총 10GW 이상의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