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이재명 대통령의 '메가특구' 청사진에 대해 '네거티브 규제(금지할 사항만 규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를 전면에 내건 점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과거의 수많은 특구와 지역개발 정책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실제 기업의 필요에 집중해서 정부의 지원과 국가적 자원을 쏟아야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이 대통령의 메가특구 도입 방안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일단 기대감은 적지 않다. 정부가 선정한 4대 분야, 즉 로봇과 바이오, 재생에너지, AI(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자체가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와 궤를 같이 하고 있어 적절했다는 평가다.
특히 네거티브 규제는 기업들이 그동안 원했던 바다. 이종명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산업성장본부 상무는 "법률에서 금지한 사항 외에는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이 도입되면 그동안 규제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온 신산업 분야에서 기업의 투자와 사업화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성과로 연결되기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고 본다. 역대 거의 모든 정권에서 추진해왔던 각종 특구가 유명무실해져왔던 탓에 이번에는 달라야한다는 시각이다.
우선 '명분'보다는 '실리'를 선택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대의가 자칫 '정치적 나눠먹기'로 변질돼 기업들이 진짜 원하는 지원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대한상의가 2024년 지역경제 전문가 50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특구제도 개선방안 조사'에 따르면 '잘 운영되고 있다'고 답한 전문가들은 8%에 불과했다. 정치적 이유로 지역별 나눠주기식 특구 지정 등 역량이 집중되지 않고 분산되면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그러면서 특구 수요자인 기업의 입장에서 제도를 바꿔야한다는 진단을 내놨다.
A그룹 관계자는 "제1의 목표는 '지역균형발전'이 아니라 '국가핵심산업 발전'이 돼야 실질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며 "정치적 논리에 밀려 자원을 분산 투자하게 될 경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거대 클러스터 형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재 확보도 핵심 포인트다. 첨단산업에서 글로벌 경쟁은 곧 '인적 자원 전쟁'이기 때문이다. B그룹 관계자는 "관건은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제한 뒤 "우수한 인재들이 지역 메가특구 내 기업에서 일을 하고 싶은 환경 조성돼야 한다"면서 "출산과 교육, 문화 등 전반에 걸친 정부의 의지와 정책 지원 등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과감한 지역맞춤형 정책으로 정부의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메가특구의 성공은 단순히 특구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세제 혜택 등 비용 절감과 행정처리 속도, 인재가 모일 수 있는 환경 등을 얼마나 제대로 구축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C그룹 관계자는 "세계 각국이 장점으로 내세우는 낮은 인건비, 투자 유치를 위해 제공하는 대규모 보조금과 세제지원 등을 고려하면 국내 투자 유인은 사실 크지 않다"며 "메가특구가 이에 준하는 혜택을 제공해야 기업들이 '책임감'이 아닌 '수익성'을 이유로 국내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