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코리아가 환율 급등과 수익성 악화라는 파고를 넘지 못하고 한국 시장 진출 23년만에 자동차 판매 사업을 접었다. 다만 국내 모터사이클 사업은 핵심사업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는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시장 환경의 변화와 환율 동향을 포함한 사업 환경의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영 자원을 중점 영역에 집중 투입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사업의 질적 성장 등을 몇 년 전부터 계속 검토해왔고 그 결과 최종적으로 전날 혼다 본사 경영자 회의에서 방향이 결정됐다"며 "전체적인 시장 변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어려운 점이 많을 것 같다는 부분에서 비즈니스의 연속성 측면에서 내려진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사업 판매 종료의 배경에는 수익성 악화가 있다. 환율 급등 등으로 사업 환경이 어려워진 영향이다. 한국 시장에 판매하는 혼다 차량은 모두 미국 오하이오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이다. 이 대표는 "2010년 중반 환율과 비교하면 현재 환율은 30% 올랐다"며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은 달러로 거래하기 때문에 달러 강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판매는 올해 말에 종료된다. 이 대표는 "다음주 부터 각 딜러사와 협의를 시작해 재고 현황 등을 파악할 예정"이라며 "12월 말을 기점으로 사업을 종료하는데 딜러사별로, 지역별로 판매 사업 종료 시점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혼다코리아에서 자동차 관련 직무를 수행하는 직원은 20~30명 내외로 이들은 타 부문으로 직무 전환을 할 예정이다.
혼다코리아는 2001년 모터사이클 사업을 시작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자동차 사업은 2004년부터 시작해 지난달까지 국내 시장에서 자동차 약 10만8600대를 판매했다. 2008년에는 수입차 시장 '1만대 클럽'을 최초로 달성하는 등 판매량을 확대했으나 2019년 7월 노재팬(일본 상품 불매운동) 이후 이듬해 판매 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65.1% 감소한 3056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판매 대수는 1951대였다.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한 애프터 서비스는 최소 8년은 유지된다. 이 대표는 "법적으로 서비스 기간을 의무로 8년은 유지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 8년 이상이라도 고객 불편함이 없도록 고민하겠다"면서 "딜러사가 보유하고 있는 전시장 내 퀵 서비스는 숫자가 줄어들 수 있지만 서비스 공장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약속했다.
한편 혼다코리아는 국내 모터사이클 사업에 대해서는 핵심 사업으로서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수한 상품성을 갖춘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고객 니즈에 맞게 도입하고 서비스와 고객 체험 등을 더욱 향상해 혼다 모터사이클만의 가치를 높여간다는 전략이다. 자동차 사업과 달리 모터사이클 사업은 지난달까지 약 42만600대를 판매하는 등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모터사이클의 경우 일본 구마모토 공장, 베트남 공장, 태국 공장 등 3곳에서 물량을 수입해와 환율 영향을 덜 받는 편이다. 이 대표는 "판매 사업 종료 후에도 차량 유지관리 서비스, 부품 공급, 보증 대응 등 애프터 서비스는 지속해 고객에게 가능한 한 불편함을 드리지 않도록 책임감 있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