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린 절체절명 순간에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자멸(自滅)의 길로 향하고 있다. 세계 기업사에 유례를 찾기 힘든 '영업이익 15% 성과급의 제도화'를 요구하며 끝내 노사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수순에 들어갔다.
지금 인류는 AI(인공지능)를 전면에 내건 시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그 길목에서 메모리반도체(이하 메모리) 시장을 장악해온 우리나라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았다. 실제로 국가의 생명줄 역할을 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미중 패권 갈등의 격화도 이면에는 반도체 전쟁이 있다. 하지만 외부 공세가 아닌 간판 기업 임직원들의 자충수로 내부에서부터 무너질 위기다.
게다가 우리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도 녹록지 않다. 고유가·고환율·고물가에 핵보유국들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리스크 등 어느 때보다 글로벌 불확실성에 노출된 만큼 벼랑 끝에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반도체를 기반으로 방산과 조선, 원전 등 전략산업을 다지고 바이오·우주 등 신성장동력을 키우며 미래로 나아가는데 모든 경제주체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가 흔들리면 기초부터 무너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1.7%의 깜짝 성장률로 22개 주요국 중 1위를 차지한 성적표를 받은 것도 반도체 부문을 빼면 사실상 1%도 위태로웠다는게 산업계 안팎의 지배적 시각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노조는 국가 경제를 볼모로 잡은 채 파업 강행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상 자해 행위를 통해 자멸의 길로 들어선 것 아니냐는 게 재계 안팎의 우려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전자 노조는 이게 자멸의 길이라고 생각 못하는 것 같다"며 "결국 수혜를 입는 건 글로벌 경쟁사들"이라고 했다.
오죽했으면 이례적으로 국내 최대 외국 경제단체인 암참(주한미국상공회의소)도 '경쟁국가의 반사이익'을 경고했을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등 헌법과 법률에서 보장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예고 날짜인 이달 21일까지는 일주일 남았다. 그간 산업 발전의 최전선에서 뛰어오며 최고의 대한민국 직장인을 상징하던 '삼성맨'의 선택에 온 국민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K반도체의 대표상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정호 카이스트 교수도 "한 해만 보지 말고 10년, 20년 '세계 1등 기업'을 유지해보자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