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유연성, 근로자에 안전망"…AI 시대 노동개편 제언

최지은 기자
2026.05.19 14:10

한경협, 노동시장 개편 세미나 개최…"한국형 유연안정성 모델 구축 필요"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국경제인협회'로 55년 만에 이름을 바꾸고 새로 출범했다. 사진은 19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 앞에 설치된 표지석. 2023.09.19. kgb@newsis.com

AI(인공지능)·디지털 전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노동시장 개편 과제로 '한국형 유연안정성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기업에는 인력 운용의 유연성을 보장하고, 근로자에게는 재취업 지원과 고용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9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고용유연성 제고 및 고용안전망 확충을 위한 노동시장 개편방향 세미나'를 열고 AI·디지털 전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노동시장 개편 방향을 논의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윤동열 건국 교수는 산업별 특성에 맞춘 고용유연성 제도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교수는 "프로젝트 중심 업무와 고숙련 전문인력 활용 비중이 높은 기술혁신 산업의 경우 직무·성과 기반 보상체계와 유연근무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제조업 분야에서는 배치전환 제도를 정비해 생산공정과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내부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해 고령층과 청년층을 위한 고용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령층은 정년 이후 임금 하락과 고용 불안이 계속고용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임금이 일정 수준 이하로 감소한 고령 근로자를 직접 지원하는 일본의 '고령자고용계속급부' 제도를 벤치마킹해 계속고용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년층과 관련해서는 "일본이 '취직빙하기 세대'를 단순 청년실업 문제가 아닌 장기화된 구조적 실패로 보고 중앙·지방정부 차원의 일자리 매칭과 공공부문 채용 등을 지원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모성보호급여 확대에 따른 고용보험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기금 건전성 확보 방안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원기 성신여대 교수는 미국 사례를 바탕으로 실업급여와 재취업 지원 연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미국은 경기 악화 시 실업급여 지급기간을 13~20주 추가 연장하는 확장급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한국도 경기 충격 대응 안전판을 검토할 수 있지만 적용 요건과 지급 수준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노사 간 합의 가능한 영역부터 단계적으로 유연안정성 모델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송원근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은 "유연성과 안정성이 대립하는 제로섬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견인하는 '한국형 유연안정성'의 새로운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대일 서울대 교수는 "경직적인 고용보호 규제가 청년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고용기회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고용유연성과 실직자 보호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철 한경협 연구총괄대표 겸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기술 변화가 가속화될수록 기업은 연구개발과 생산, 서비스 제공 방식 변화에 맞춰 인력을 보다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직무 전환 교육과 전직 지원을 강화해 일자리 이동성을 보장하는 고용안전망도 함께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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