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는 이미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분석과 소프트웨어를 무기로 에너지 시장의 판을 바꾼 기업들이 등장했다. 대표 사례는 영국의 테크 기반 에너지 기업 옥토퍼스 에너지다.
2016년 출범한 이 회사는 전통 대형 전력회사들이 장악하던 영국 전력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영국 가정용 에너지 시장에서 2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영국 시장에 진출한 지 9년 만에 영국 최대 에너지 공급업체가 됐다. 1990년대 영국 에너지 소매 시장이 경쟁 체제로 전환된 이후 처음으로 1위 자리가 바뀐 사례다.
성장의 배경에는 옥토퍼스가 자체 개발한 AI·머신러닝 기반 에너지 운영 플랫폼 '크라켄(Kraken)'이 있다. 크라켄은 전력 소비자, 전기차, 가정용 배터리, 히트펌프 등 분산자원을 데이터로 연결하고, 전력시장 가격과 계통 상황에 맞춰 운전 시점을 조율하는 일종의 에너지 운영체제(OS)다.
옥토퍼스 에너지가 지난해 크라켄의 분사 계획을 발표하며 밝힌 바에 따르면, 이 플랫폼은 현재 전 세계 7000만 개 이상 계정과 40기가와트(GW) 이상 전력자산, 전기차 등의 소비자 기기 30만 개 이상을 관리 한다. 크라켄은 현재 EDF, E.ON, 도쿄가스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에 라이선스 형태로 판매 돼 독립적인 수익원이 됐다. 크라켄의 기업 가치는 86억5000만달러로 평가된다.
독일의 넥스트 크라프트베르케(Next Kraftwerke)는 데이터 기반 가상발전소(VPP)의 또 다른 성공 모델이다. 2009년 독일 쾰른에서 출발한 이 회사는 초기부터 태양광·풍력과 달리 필요할 때 출력을 조정할 수 있는 '바이오가스 발전소' 등을 플랫폼으로 먼저 묶어 전력망 제어 능력을 확보했다. 이 특성을 활용해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 전력망에서 부족한 전력을 보완하거나, 전력시장 가격 신호에 맞춰 발전 시점을 조절했다.
이후 태양광·풍력·배터리·수요자원까지 연결하며 유럽 최대급 가상발전소(VPP) 운영사로 성장했다. 수천 개의 소규모 발전기와 소비자원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어 전력시장에 참여시키는 구조다. 1만2000개 이상의 연결자산과 10GW 이상의 용량을 갖췄다. 지난 2021년 쉘이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