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의 한국 HBM 동맹에 웃고 있는 대만 메모리 기업

김남이 기자
2026.06.01 17:50

올해 대만 매모리 생산 매출, 전년 대비 2배 성장 전망

대만, 메모리 산업 매출 추이/그래픽=윤선정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등과 협력을 강화하며 AI(인공지능) 메모리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선 사이 대만 메모리 반도체(이하 메모리) 업체들이 뜻밖의 수혜를 누리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첨단 메모리에 집중하면서 레거시(구형) D램의 가격 상승과 함께 대만 업체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1일 대만반도체산업협회(TSI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대만 메모리 생산 매출은 1065억대만달러(5조1205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2.4% 증가했다. TSIA는 올해 자국의 메모리 관련 매출이 지난해보다 약 2배 증가한 4612억대만달러(22조1744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대만 반도체 산업(평균 29.5%)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성장세에 맞춰 대만 메모리 업체들의 증설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윈본드(Winbond)는 지난달 29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메모리 클린룸 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윈본드는 프로그램 저장과 부팅 등에 사용되는 'NOR 플래시'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업체로 DDR(더블데이터레이트)4, LPDDR4(저전력DDR)4 등 레거시 D램 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D램 분야에서 글로벌 5위의 점유율 갖고 있다.

윈본드측은 "현재 메모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내년 새로운 클린룸 건설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D램 가격 상승 영향으로 맞춤형 메모리 솔루션 사업의 매출 비중도 2024년 24%에서 지난해 29%까지 확대됐다.

과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밀려 존재감을 잃었던 대만 메모리 업체들도 최근 AI(인공지능) 메모리 시장 성장의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한국 기업이 AI 서버에 사용되는 HBM과 DDR5 생산 확대에 자원과 생산능력을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공급이 줄어든 DDR4, LPDDR4 등 레거시 메모리 시장에서 가격 상승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LPDDR4 등을 시작으로 일부 레거시 메모리 제품의 단계적 생산 중단을 진행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달 말 DDR4 8Gb(기가바이트) 제품의 계약거래 가격은 20달러 수준으로 1년 전보다 약 10배 상승했다.

한국 기업의 빈틈을 공략하는 대표적인 업체는 글로벌 D램 시장 4위인 난야(Nanya)다. 난야의 지난 4월 매출은 254억9100만대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배 증가했다. 난야의 매출에서 DDR5가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DDR4, LPDDR4에서 발생 중이다. 난야도 생산설비 확충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AI 메모리 시장을 한국 기업이 장악하면서 역할 분담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 LPDDR5 등을 앞세워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 경쟁에 나서고 난야와 윈본드 등 대만 업체와 중국 업체들은 레거시 메모리 공급 확대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한국 메모리 기업의 위상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가 대만 타이베이에서 주최하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경영진 등이 참석하는 '코리아 파트너 나이트'에서도 잘 나타난다. 엔비디아의 주요 협력사가 밀집한 대만에서 황 CEO가 한국 파트너사와 만남에 시간을 할애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구형 D램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대만 메모리 업체들이 DDR5 생산으로 전환을 늦추고 있을 정도"라며 "구형 D램은 생산시설의 감가상각도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여서 수익성이 매우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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