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로보틱스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한국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앞세워 AI(인공지능) 인프라 시장을 함께 키운 한국 기업이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생태계에 합류하면서 차세대 로봇 산업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GTC 타이베이 2026'에서 피지컬 AI용 오픈 파운데이션 모델 '코스모스3(Cosmos 3)'를 공개했다. 이와 함께 코스모스 플랫폼을 활용해 로보틱스 개발을 진행 중인 기업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 두산로보틱스를 공식 소개했다.
코스모스3는 로봇과 자율주행차가 물리 세계를 이해하고 추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모델이다. 텍스트와 이미지, 비디오, 주변 음성, 움직임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실 세계를 가상공간에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컨대 공장용 로봇이 물건을 집거나 이동하는 과정, 가정용 로봇이 장애물을 피해 이동하는 상황 등을 가상공간에서 먼저 학습할 수 있다. 피지컬 AI의 훈련·평가 기간을 기존 수개월에서 수일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게 엔비디아의 설명이다.
황 CEO는 기조연설에서 "피지컬 AI 분야에서는 우리가 단연 세계 최고"라며 "로봇을 만들고 싶다면 이제 코스모스3라는 동반자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AI의 다음 도약은 범용 로봇, 즉 휴머노이드(인간형로봇)"라며 "로봇의 시대는 여기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표는 엔비디아가 AI 인프라 기업을 넘어 로봇 생태계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공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로봇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 생성(코스모스)과 디지털 트윈(옴니버스), 학습 플랫폼(아이작)까지 제공하는 종합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HBM을 중심으로 AI 인프라 시장 성장의 수혜를 누렸던 한국 기업들에도 로보틱스는 새로운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엔비디아 역시 메모리 중심 협력을 넘어 로봇과 피지컬 AI 분야로 한국 기업과의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 1일 열린 '코리아 파트너 나이트' 행사에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 외에도 김민표 두산로보틱스 대표, 정수헌 LG사이언스파크 대표 등이 참석한 배경이다.
황 CEO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향후 한국 기업과 협력 방안을 묻는 말에 "로보틱스는 한국에 매우 중요한 산업"이라며 "엔비디아가 한국의 로보틱스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황 CEO는 이르면 오는 4일 방한해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과 만나 로봇과 피지컬 AI 분야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미래로봇추진단과 계열사인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중심으로 로봇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미래로봇추진단을 대상으로 경영진단까지 실시하며 로봇 산업 전략을 재점검 중이다.
LG전자는 로봇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액추에이터(구동장치) 등 로봇 핵심 부품 사업을 내년에 본격화할 계획이다. 황 CEO의 기조연설 마무리 영상에는 LG전자가 개발한 홈로봇 '클로이'가 등장하기도 했다.
두산로보틱스 역시 산업용 로봇을 넘어 휴머노이드와 AI 기반 로봇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황 CEO의 딸이자 엔비디아 옴니버스·로보틱스 제품 마케팅을 담당하는 매디슨 황 수석이사는 지난 4월 방한해 LG전자와 두산로보틱스를 방문하고 로보틱스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바 있다.
한편 황 CEO는 기조연설에 네이버·현대차와 협업도 강조했다. 네이버는 클라우드, 디지털 트윈과 결합한 로보틱스 분야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현대차는 로보틱스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를 보유하고 있고, 자율주행 부분에서도 엔비디아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