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만에서 TSMC와 엔비디아, 폭스콘 등 글로벌 AI(인공지능) 생태계 핵심 기업 수장들과 잇달아 만나 협력 강화에 나섰다. AI 산업의 주도권 경쟁이 반도체를 넘어 서버와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전반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글로벌 파트너십을 확대하며 미래 AI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4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대만에서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TSMC의 웨이저자 회장과 만나 차세대 AI 기술 트렌드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 회장과 웨이 회장의 만남은 2024년 6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양사 경영진은 차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 개발과 첨단 패키징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맞춤형(Custom) AI 메모리 개발 협력을 확대하고 AI 반도체 공급망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AI 시장 성장으로 첨단 반도체 공급망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SK하이닉스의 AI 메모리 기술과 TSMC의 파운드리 역량이 결합해 AI 반도체 공급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SK하이닉스는 HBM4에 쓰이는 베이스다이(HBM의 가장 밑에 있는 단)를 TSMC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최 회장은 웨이 회장과 만남에 앞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지난 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취재진과 만나 엔비디아와 TSMC, 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삼각 동맹'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좋다"고 평가했다. 이어 "(TSMC와 협력해)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고 있다"며 "최고의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최 회장은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생산 기업인 폭스콘의 류양웨이 회장과도 만나 차세대 AI 인프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폭스콘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AI 서버를 공급하는 핵심 기업으로 AI 서버 제조와 시스템 통합 역량을 바탕으로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양측은 AI 산업 고도화에 따라 반도체와 서버, 시스템 전반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는데 공감하고 협력 가능성을 모색했다. 또 로봇과 에너지 관리, 배터리 기술 분야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앞으로 SK그룹이 보유한 에너지 기술 역량과 폭스콘의 글로벌 제조·시스템 통합 능력, AI 응용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공동 발굴할 계획이다.
최 회장의 이번 대만 방문은 특정 기업과의 협력 강화에 그치지 않고 AI 공급망 전반으로 파트너십을 확대하기 위한 행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엔비디아와 TSMC, 폭스콘 등 글로벌 AI 생태계 핵심 기업의 수장과 직접 만나 AI 반도체부터 서버, 데이터센터에 이르는 AI 밸류체인 전반의 협력 기반을 다졌다.
업계에서는 AI 시장 성장에 따라 공급망 병목 현상 해소와 인프라 구축 경쟁이 핵심 과제로 떠오른 만큼 최 회장이 글로벌 주요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통해 SK그룹의 AI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은 "대만에는 저희 파트너사가 많다"며 "AI 비즈니스를 확장할수록 우리는 더 훌륭하고 더 많은 대만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