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현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와 회동하고 HBM(고대역폭메모리)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협력 강화에 나섰다. 양사는 차세대 AI(인공지능) 반도체 공동 개발을 포함한 중장기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전 부회장은 8일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코리아 AI 에코시스템 리셉션' 행사 직전 취재진과 만나 "(황 CEO와 직접 만나) HBM4와 파운드리 협력을 어떻게 할지 이야기 하고 중장기적으로 공동 개발을 논의하는 등 좋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전 부회장은 이날 행사에 앞서 황 CEO와 단독 회동했다.
파운드리 협력과 관련해 전 부회장은 "4나노(㎚·1㎚는 10억분의 1m)와 8나노에 필요한 자율주행 칩과 그록3(Groq3)라는 엔비디아 엑셀러레이터 칩을 협력하고 있다"며 "다음 세대 협력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테슬라와 22조8000억원 규모의 자율 주행 칩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올 하반기부터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AI5·AI6 칩 양산에 착수할 예정이다. 엔비디아와는 추론 전용 AI칩 '그록3'를 생산하고 있다.
이날 황 CEO가 SK하이닉스를 '최대 메모리 공급사'로 언급한 데 대해서는 "저희는 저희 일을 열심히 하고 나중에 결과로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전자가) 최고의 파트너로서 엔비디아가 성공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돕겠다"고 했다.
황 CEO는 방한 기간 내내 "More HBM(더 많은 HBM)"을 언급하며 메모리 공급 확대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AI 인프라 확산에 따른 메모리 수요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공급이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황 CEO는 이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엔비디아는 향후 수년간 엄청난 규모의 사업을 전개할 계획으로 이미 베라 루빈과 그레이스 블랙웰 플랫폼만으로도 내년 1조달러 규모의 매출 기회가 생긴다"며 "여기에는 막대한 양의 칩과 인터커넥트, 메모리, 웨이퍼, 패키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베라 루빈에 탑재되는 HBM4의 핵심 공급사다. 개발 초기부터 최선단 1c D램(10나노급 6세대) 공정을 적용해 업계 최초로 최대 13Gbps(초당 기가비트)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구현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업계 최초로 HBM4E 12단 샘플을 엔비디아에 출하하며 차세대 AI 반도체 공급망 내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HBM4E는 최대 16Gbps의 데이터 전송 속도와 단일 스택 기준 초당 3.6TB(테라바이트)의 대역폭을 제공해 LLM(대규모 언어모델)과 차세대 AI 시스템의 성능을 한층 높였다.
엔비디아가 올 하반기 고객사에 공급하는 베라 CPU(중앙처리장치)에는 LPDDR(저전력데이터더블레이트)5X 기반의 '소캠2(SOCAMM2)' 모듈이 최대 8개 탑재된다. 삼성전자는 해당 제품에 적용되는 LPDDR5X의 주요 공급사 중 하나다. 아울러 전 부회장이 협력 확대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양사 협력이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전 부회장을 비롯해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류재철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이홍락 LG AI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밖에 AI·로보틱스 관련 스타트업 약 30개사가 초청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