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들 잇달아 만난 젠슨 황…방한 내내 '깐부 외교'

김지현 기자, 최경민 기자, 유선일 기자, 이정우 기자, 최지은 기자, 김소연 기자, 유효송 기자
2026.06.09 06:30

[젠슨 황, 그룹 총수 릴레이 미팅](하)

'진짜 깐부' 인증한 젠슨 황-최태원..이달 들어서만 다섯번 만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양사 임직원들과 '치맥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SK와 오랜 파트너십, 우정을 이어왔다."

"우리의 파트너십은 앞으로 계속 커질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두 사람간 우정과 파트너십을 한층 공고히했다. 이달 들어서만 다섯차례 만나며 진정한 '브로맨스'를 과시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인공지능(AI) 기가팩토리 구축과 차세대 메모리 공동 개발 등 글로벌 AI 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협력으로 확대되고 있다.

황 CEO는 8일 오전 8시40분쯤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을 찾아 최 회장과 회동했다.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을 중심으로 한 엔비디아-SK그룹간 협력 확대를 공언한 두 사람은 약 15분간의 만남을 마친 뒤 1층 로비로 내려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황 CEO는 이 자리에서 수차례 '파트너십'을 언급했다. SK그룹은 엔비디아의 가장 크고 공고한 파트너이며 AI 인프라, 퍼스널 AI, 피지컬 AI 등 향후 엔비디아가 진출할 AI 신시장에서도 계속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 서린빌딩에서 열린 엔비디아-SK 협력 관련 언론브리핑을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같은 양사 협력의 배경에는 황 CEO와 최 회장의 돈독한 관계가 있다. 두 사람은 지난 1일과 2일 대만에서 회동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5일과 7일, 이날까지 잇달아 만났다. 이번 발표 역시 대만에서의 만남이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양사의 AI 인프라 로드맵을 검토하며 그룹 차원의 협력 추진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함께한 홍대 '삼겹살 회동'에서 황 CEO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베라 루빈을 거론하며 "더 많은 HBM이 필요하다. 많은 메모리가 필요하다"고 밝힌 뒤 취재진과 시민들에게 "More HBM!" 호응을 유도했다. 이틀 만에 다시 만난 '깐부 회동'에서는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러브샷'을 하기도 했다.

이날 SK서린빌딩에서도 두 사람의 친밀감은 곳곳에서 감지됐다. 질의응답에 나설 순서를 즉석에서 상의하고, 황 CEO가 최 회장의 팔을 가볍게 두드리거나 악수를 건네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일 대만 타이베이 난강전시장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에 마련된 SK하이닉스 전시장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최지은 기자

언론에 알려진 두 사람의 첫 만남은 2024년 4월이다. 당시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았던 최 회장은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황 CEO와의 만남을 밝혔다. 이후 두 사람의 만남은 잦아졌다.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IT·가전박람회 CES를 계기로 황 CEO와 회동한 최 회장은 "그동안의 SK하이닉스의 HBM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 개발 속도보다 뒤처져 있었다"면서 "즉 엔비디아 요구가 '더 빨리 개발해달라'였는데 최근에는 SK하이닉스의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를 조금 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CEO는 같은 해 10월 한국 경주에서 개최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를 계기로 방한해 최 회장을 찾았다. 두 사람은 APEC CEO 서밋 마지막 날(10월31일)에 만났다. 황 CEO는 개인용 AI 슈퍼컴 DGX 모델과 일본 싱글몰트 위스키 하쿠슈 25년산(시가 705만원 상당)을 최 회장에게 건넸다. 최 회장측은 황 CEO에게 답례로 실제 HBM(고대역폭메모리) 웨이퍼와 HBM 칩이 들어간 기념패를 전달했다.

4개월 뒤인 지난 2월에는 두 사람이 미국 캘리포니아의 치킨집에서 '치맥'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불과 한 달 뒤 최 회장과 황 CEO는 또 만났다.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회의 'GTC 2026'에서였다. 황 CEO가 SK하이닉스 전시부스를 찾아 양사의 대표 협력 전시 제품인 베라 루빈에 "JENSEN ♡ SK HYNIX"라는 사인을 남기기도 했다.

'케미' 돋보인 정의선-젠슨 황..평냉 대접하고 '새만금 AI밸리' 투자 제안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8일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양재 사옥에서 방문을 마친 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2026.06.08. bluesoda@newsis.com /사진=김진아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케미'가 이번 방한 기간 중에도 유독 빛났다. 정 회장은 평소 즐기던 '평양냉면'을 대접하며 격의없는 우정을 나누면서도 그룹이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 '새만금(전북) 사업'에 엔비디아의 참여를 직접 요청하며 끈끈한 파트너십을 과시했다.

실제로 두 총수는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깐부 회동'으로 화제를 뿌린데 이어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정보기술)·가전 박람회 'CES 2026'에서 재회했다. 이후 5개월이 지난 이달 7일에 서울 중구 우래옥(又來屋)에서 다시 만나 점심을 함께 하면서 변함없는 우정을 확인했다. 식당 이름에 의미를 부여하는 황 CEO의 성향을 고려할 때 이번 정 회장과의 오찬을 '다시 찾아온 집(우래옥)'에서 가진 것도 이런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의도로 파악된다.

같은 맥락에서 황 CEO는 8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를 방문해 정 회장과 또한번 만났다. 정 회장도 양재 사옥이 AI(인공지능)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판단해 황 CEO를 초대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2년간 리모델링을 거쳐 양재 사옥을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꾸몄다. 황 CEO는 정 회장으로부터 △관수 로봇 △4족 보행 로봇 '스팟'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 등을 안내받으며 "대단하다(Amazing)", "아름답다(Beautiful)" 등의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는 현대차그룹 직원들 앞에서는 "엔비디아는 현대차그룹을 사랑한다"며 깊은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정 회장과 황 CEO는 이날 자율주행·로보틱스 사업에 대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정 회장은 새만금 사업에 엔비디아의 참여를 제안했고, 황 CEO도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총 9조원을 투입해 새만금에 로봇·AI·수소에너지 혁신 성장 거점을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황 CEO는 이 사업을 '새만금 AI 밸리'라고 치켜세우며 "훌륭한 돼지고기 바비큐가 있다면 새만금에 엔비디아 시설을 기꺼이 구축하겠다"고 농담을 섞어 화답해 눈길을 끌었다.

구광모가 키운 AI, 엔비디아 협력으로 '날개'

(서울=뉴스1) 이호윤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구광모 LG회장이 8일 서울 영등포구 LG그룹 사옥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6.6.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호윤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와 손잡고 AI(인공지능)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낸다. AI는 구 회장이 취임 후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ABC(AI·바이오·클린테크)' 전략의 핵심 사업이다. 양사는 피지컬 AI와 AIDC(AI 데이터센터), 모빌리티(이동수단) 분야를 아우르는 협력 청사진을 공개하며 'AI 동맹'을 본격화했다.

구 회장은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에서 황 CEO와 회동하고 피지컬 AI와 AIDC, 모빌리티 등 미래 AI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황 CEO는 구 회장을 비롯한 LG그룹 경영진과 회동한 뒤 취재진과 만나 "로보틱스 시스템부터 AI 팩토리에 이르기까지 엔비디아의 모든 사업 영역 전반에 걸쳐 LG그룹과 하나의 팀처럼 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양사의 협력이 개별 사업을 넘어 AI 생태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AI를 그룹의 미래 성장 축으로 육성하는데 공을 들여왔다. 올해 3월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도 "직접 방향성을 잡고 AX(인공지능 전환)를 이끌라"고 주문한 바 있다. 특히 지난 5일 황 CEO를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과 가진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에서 직접 고기를 굽는 모습을 연출하는 등 적극적인 그룹 브랜드 셀링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당시 황 CEO는 구 회장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My Good Friend(나의 좋은 친구)"라고 말하는 등 각별한 친분을 드러냈다.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구 회장의 AI 경영 구상에도 한층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LG그룹은 계열사들의 역량을 결집한 '원LG(One LG)' 경쟁력을 앞세워 엔비디아와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LG전자는 휴머노이드와 물류 로봇 등 차세대 로봇 분야 전반과 냉각수 분배장치(CDU) 등 냉각 솔루션,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등을 기반으로 엔비디아와 협력 범위를 넓혀갈 방침이다. LG이노텍은 AI 아키텍처에 최적화된 고성능 센싱 모듈과 광학 부품 개발을 통해 '로봇의 눈' 개발을 지원한다. LG CNS와 LG유플러스는 차세대 AI 팩토리 분야에서 엔비디아와 협력을 강화한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협력은 단순한 사업 제휴를 넘어 LG와 엔비디아가 AI 생태계 전반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구 회장이 공을 들여온 AI 사업 역시 이번 협력을 계기로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도 우정도 함께"…이해진 의장, 젠슨 황과 포괄적 AI 동맹으로 해외 발판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8일 경기 성남 네이버1784 사옥에서 젠슨황 엔비디아 CEO와 네이버 웹툰에 자막을 넣은 뒤 설명하고 있다. 2026.06.08. kch0523@newsis.com /사진=뉴시스

"행복은 삼겹살, 일은 깻잎쌈 싸서 한 번에 드세요."

이해진 네이버(NAVER) 이사회 의장이 8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1784를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에게 웹툰 말풍선에 담아 건넨 문구다. 이 의장은 "얼마 전 삼겹살 회동을 했기 때문에 그 잔상이 남아 있다"며 "일과 행복을 꼭 분리하지 말고 한꺼번에 찾을 수 있는 좋은 길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 의장이 추구하는 네이버의 AI 전략과도 맞닿아있다. 이 의장은 황 CEO와 이번 방한에서 두 차례 만나 우정을 다지는 동시에 AI 산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협약을 맺었다. 네이버는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슈퍼컴퓨터를 구축했는데, 당시부터 엔비디아의 고객사로서 수년간 탄탄한 관계를 쌓아왔다. 두 오너 간 신뢰를 토대로 양사 간 사업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함께 발전하는 구조다. 실제 황 CEO는 지난해 한국에 GPU 26만장 공급을 약속하면서 네이버에게 다른 기업보다 1만장 더 많은 6만장을 약속했다.

이 의장과 황 CEO는 이번 만남에서 기가와트(GW)급 초대형 글로벌 AI 팩토리를 구축하기로 했다. 단순 기술 제휴를 넘어 글로벌 수요 발굴부터 자본 협력까지 밸류체인 전 단계를 아우르는 통합 파트너십이다. 엔비디아의 AI 인프라 플랫폼 'DSX'를 바탕으로 AI 팩토리를 구축, 유기적인 DNA 결합을 꾀한다.

지난 2일에는 네이버클라우드가 국내 기업 최초로 엔비디아 주도의 오픈 프런티어 인공지능(AI) 모델 생태계인 '네모트론 연합(Nemotron Coalition)'에 합류했다. 네모트론 기술 성과에 네이버의 자체 데이터와 학습 노하우를 결합해 '하이퍼클로바X' 성능 고도화와 글로벌 범용성 확보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네이버는 엔비디아의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 '코스모스'에, 자체 공간 모델링과 거리뷰 데이터를 활용해 '서울 월드 모델'을 구축하는 등 공간 인텔리전스 분야에서도 협력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AIDC부터 LLM(거대언어모델), 피지컬 AI, 디지털 트윈에 이르기까지 전 사업분야 협력을 가속화해 글로벌 AI 풀스택 사업자로 거듭난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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