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종전 임박에 정유·석화업계 '안도'..역래깅은 우려

김지현 기자
2026.06.15 13:15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여천NCC 3공장 앞 /사진=뉴스1

미국과 이란이 평화협상 타결에 합의하면서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일단 한숨을 돌렸다. 그동안 원료 수급 불안에 시달려온 만큼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될 경우 관련 부담도 일정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7~11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리터(L)당 0.5원 내린 2009.9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도 0.3원 하락한 2004.8원으로 집계됐다. 중동 사태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지난달 초 국내 휘발유 가격은 2010원대를 넘어섰지만 최근 종전 가능성이 커지며 유가 상승세는 다소 진정됐다.

국내 원유 도입량의 약 70%를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그간 국내 정유업계는 미국과 이란 전쟁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이에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될 경우 국제 원유 시장의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수출 여건도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은 국제 원유 시장에 심리적 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그동안 원료 부족으로 수출하지 못했던 물량도 원료 수급이 정상화되면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역래깅 효과에 따른 실적 악화 가능성은 우려 요인이다. 원유 수급이 안정되면서 유가가 하락할 경우 원료 투입 시점과 제품 판매 시점 간 시차로 발생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중동 전쟁 기간 높은 가격에 매입한 원료로 제품을 생산했지만, 종전 이후 제품 판매 시점에 유가가 하락하면 마진이 줄어드는 구조다.

국내 정유 4사(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는 올해 1분기 유가 급등에 따른 정제마진 개선 효과로 합산 영업이익이 약 6조원에 육박했다. 업계는 이달 중 종전이 이뤄지면 하반기부터 수익성이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나프타 공급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석유화학업계는 수급 차질 우려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나프타 가격은 전쟁 이전 미터톤당 600달러 안팎에서 한때 1200달러 수준까지 치솟으며 2배 가까이 급등했다. 최근 공급망이 안정되면서 이달 초 기준 미터톤당 700달러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쟁 이전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역래깅 효과에 따른 수익성 저하는 부담으로 꼽힌다. 여기에 이란산 원유를 활용해 저가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해온 중국이 원유 도입을 재개할 경우 공급 과잉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몇 년간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중국발 공급 과잉 여파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일각에서는 중동 지역 재건 수요가 늘어나면서 석유화학 제품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쟁으로 중동 지역의 석유화학 생산설비가 상당 부분 파괴되면서 국내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지만 우선 원료 수급이 안정화되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양측 합의가 차질 없이 이행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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