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후 법무법인(유한) 대륜 미국변호사 법률칼럼
미국 이민 1세대들의 상속 주기가 본격화됨에 따라 자산관리의 패러다임이 '축적'에서 '승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과거의 과제가 현지 정착과 자녀 교육에 집중돼 있었다면, 이제는 평생 일군 자산을 어떻게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다음 세대에 물려줄 것인가가 핵심 화두다. 특히 한국과 미국 양국에 자산을 보유한 이른바 '크로스보더(Cross-border) 자산가'에게 상속과 증여는 단순한 가족 내 자산 이전을 넘어 복합적인 법률 쟁점을 수반한다. 동일 자산에 대한 양국의 이중과세 리스크부터 해외 신고 누락에 따른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산재해 있어 정교한 전략 부재는 곧 자산 가치의 유실로 직결될 수 있다.
가장 먼저 직면하는 실무적 난관은 양국의 상이한 과세 기준이다. 미국은 시민권 또는 미국 내 생활 근거지(Domicile) 여부를 기준으로 전세계 자산에 과세권을 행사한다. 만약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 시민권자라면 양국 모두에서 과세 대상이 될 수 있어 과세 범위와 외국납부세액공제 적용 여부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다만 2025년 기준 연방 상속세 면제 한도는 약 1,361만 달러(부부 합산 약 2,722만 달러)로, 실제 납세 대상자는 전체 사망자의 0.1% 미만이다. 단, 2025년 말 TCJA 일몰에 따라 면제 한도가 절반 수준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어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
세금 납부 주체의 차이 또한 치명적인 리스크로 작용한다. 한국은 자산을 받는 수증자가 세금을 부담하는 반면, 미국은 자산을 이전하는 증여자가 납세 의무를 진다. 이처럼 납부 주체 자체가 다른 데다 한·미 간 상속·증여세 조세조약이 체결되어 있지 않아 이중과세가 완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자산의 가치가 훼손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세무 외에 행정 절차와 외환 규제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장벽이다. 외국환거래법상 상속·증여 재산의 신고 의무를 누락할 경우, 단순 과태료를 넘어 사안에 따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미국에서도 한국 금융계좌 연간 합산 1만 달러 이상 보유 시 FinCEN 114(FBAR) 및 Form 8938(FATCA) 신고 의무가 발생한다. 위반 시 계좌 잔액의 최대 50%에 달하는 민사 과태료 및 형사처벌이 가능하여 실무상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리스크 중 하나다.
아울러 법원의 감독 하에 진행되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요구하는 미국의 상속 검인 절차 프로베이트(Probate)는 유족들에게 실질적인 행정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다층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법조계에서는 '신탁'을 활용한 대안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리빙트러스트(Living Trust)를 통해 상속 검인 절차를 생략하고 자산을 승계하는 방식이 보편화돼 있다. 다만 리빙트러스트는 프로베이트 회피에는 효과적이나 연방 상속세 절세 효과는 없다. 절세가 목적이라면 Irrevocable Trust, ILIT, GRAT 등 별도의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
한국 역시 최근 헌법재판소의 유류분 제도에 대한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피상속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법적 토대가 마련되면서 유언대응신탁 등 맞춤형 승계 구조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결국 크로스보더 자산관리의 본질은 단순한 절세가 아닌 양국의 법률, 세무, 외환 규제를 아우르는 '통합 전략'의 수립에 있다. 각국의 절차적 특성과 최근의 법리 변화까지 조율할 수 있는 정교한 설계만이 평생 쌓아온 부의 가치를 온전히 보존하고 이를 다음 세대로 안전하게 이어주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