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협력사 탄소 감축 돕는 이 도시[넷제로케이스스터디]

광주=권다희 기자
2026.06.27 08:20

<26>광주광역시 기업탄소액션..배출권거래제 대상 아닌 중소기업 대상 市 제도
'자발적' 탄소배출량 관리와 배출권거래제 참여 유도..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연도 대비 11% 감축 목표
현재 광주시 소재 제조업체 등 32개사 참여..참여 기업 "참여 통한 직원들 인식전환, 가장 큰 성과"

[편집자주] 녹색전환·탄소배출 저감은 거대한 과제이지만 동시에 할 수 있는 데에서부터 구체적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머니투데이가 탄소배출 저감과 에너지전환을 향해 가는 '현재 진행형' 사례들을 매주 소개합니다.
광주광역시 평동산단 소재 그린테크 전경/사진출처=그린테크 웹페이지

글로벌 공급망 전반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 요구가 확산되며 세계 시장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기업을 고객사로 둔 국내 중소·중견 협력사에게도 온실가스 감축은 미룰 수 없는 숙제가 됐다. 광주광역시(이하 광주시)가 온실가스 감축 의무 대상이 아닌 지역 중소·중견 제조기업의 탄소 감축을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한 배경 역시 여기에 있다.

광주시는 온실가스 배출 규모 상 배출권거래제 규제 대상이 아닌 중소·중견기업들이 스스로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배출권 모의거래까지 경험하도록 설계한 '기업탄소액션'을 2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를 전국 지자체 최초의 기업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사업으로 부른다.

기업탄소액션 개요/그래픽=김지영
사각지대 놓인 중소기업, 탄소 시장 '예행연습'

기업탄소액션은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 중소기업들에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관리 체계를 갖추도록 돕는 광주시의 제도다. 사업 기간은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총 7년이다. 참여 대상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나 목표관리제 대상이 아닌 중소·중견기업이며, 올해 기준 32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2020~2022년 평균 배출량을 기준으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1% 이상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주요 관리 대상은 공장 가동에 필수적인 전기와 열, 도시가스 등 직접적인 에너지 사용량이다.

강제성은 없고 원하는 기업만 참여하면 된다. 참여기업은 자동차 부품, 전자제품 내·외장재, 냉장·냉동 장비 제조 등 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제조업체들이 주축을 이룬다.

이들 참여 기업은 매년 구체적인 감축 계획서를 제출하고, 분기별로 에너지 사용량을 시스템에 입력해 검증받는다. 만약 배출량이 할당량보다 많거나 적을 경우, 이를 시스템 내에서 사고파는 '배출권 모의거래' 과정도 거친다. 실제 배출권거래제에 편입되기 전 탄소 시장의 메커니즘을 미리 학습하는 예행연습인 셈이다. 여기에 한국에너지공단 산업진단보조사업과 연계한 무상 에너지 진단 등도 지원된다.

초기 효과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광주탄소중립지원센터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기존 참여기업 24개사의 총 온실가스 감축량은 기준 배출량 대비 2024년 1118tCO2eq(이산화탄소환산톤)에서 2025년 5559tCO2eq으로 늘어났다. 2025년 감축량의 경우, 기준 연도 배출량 대비 5.3%에 달해 목표(2%)를 웃돌았다.

기업탄소액션 참여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량/그래픽=김지영
"매출 95%가 삼성전자"… 고객사 요구가 이끈 탄소감축

이러한 제도의 실효성을 제조 현장 최일선에서 입증한 대표적인 사례가 광주 소재 공기조화장치 제조기업 '그린테크'다. 그린테크는 에어컨과 냉장고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열교환기'를 주로 생산하는 기업이다.

그린테크가 탄소 감축이라는 낯선 과제에 뛰어든 직접적인 계기는 고객사의 강력한 요구였다. 연 매출규모 약 1000억원의 그린테크는 전체 매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95%에 달한다. 2022년경부터 삼성전자가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감축 활동에 대한 관리를 강화했고, 에어컨과 냉장고에 들어가는 콘덴서 등을 생산하는 삼성전자의 1차 협력사인 그린테크 역시 감축 관리에 나섰다.

지난 15일 광주시 광산구 평동산단에 위치한 그린테크에서 만난 고영구 그린테크 기업부설연구소 상무는 "삼성전자는 협력업체가 배출량과 감축 목표를 통합 시스템에 직접 입력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협력사 평가에 반영한다"며 "수주나 물량 확대에 이 평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온실가스 감축이 당장의 비용 지출을 수반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공급망 내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인 생존 비용인 것이다.

고 상무는 광주시의 기업탄소액션 제도 참여 제안에 "처음에는 온실가스 감축 활동 자체가 어렵고 배출량 산정도 막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객사가 주도하는 협력사 교육을 이수하고 자체적인 활동을 거치며 배출량 관리가 꼭 해야 하는 것이란 확신이 생겼고, 이 제도를 활용하면 보다 체계적인 데이터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에 도달해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고영구 그린테크 기업부설연구소 상무/사진=권다희 기자
핵심 배출원 '열처리 설비'… 고액 투자 대신 '인식 전환' 먼저

기업탄소액션 참여 이후 그린테크 현장에서 일어난 첫 변화는 '현장 직원들의 인식 전환'이었다. 고 상무는 "가장 큰 변화는 구성원들이 생각을 바꾼 것 자체"라며 "직원들이 설비 등을 볼 때 온실가스 배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며 현장을 바라보게 됐다"고 전했다. 제도 참여를 계기로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배출량을 모니터링하고 능동적으로 감축 계획을 수립하는 사내 탄소 관리 시스템이 자리잡은 것 역시 큰 성과라고도 했다.

실제 감축 활동은 현장에서 즉시 적용 가능한 저비용·고효율 조치에서 출발했다. 그린테크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60%는 핵심 공정인 '브레이징(Brazing) 열처리로'에서 발생한다. 브레이징은 수많은 얇은 열교환기 파이프들을 거대한 로(Furnace)에 넣고 고온으로 가열해 한 번에 접합하는 필수 공정이다. 금속의 변형 없이 완벽한 밀봉 상태를 만들어내려면 설비 내부 온도를 고온으로 균일하게 유지해야 하므로 전기와 LNG(액화천연가스) 소모량이 막대할 수밖에 없다.

그린테크는 여기서 발생하는 열 손실에 주목했다. 고온의 브레이징 열처리로 외관에 방열을 막는 특수 단열 패널(차단막)을 덧대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 직관적인 조치는 외부로 유실되는 에너지를 차단해 적은 연료로도 로 내부의 최적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에너지 효율 극대화는 물론, 불필요한 방열을 막아 한여름 40~50℃까지 치솟던 작업장 온도까지 획기적으로 낮추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냈다.

고 상무는 "여름철이면 현장 내부 온도가 치솟았는데, 외부 유출 열을 차단하면서 근로자들을 위한 작업 환경까지 크게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버려지는 전력을 최소화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역률 개선(실제 유효하게 쓰이는 전기의 비율을 높이는 것)을 위해 관련 부품을 점검·교체하고, 공장 내 전등을 고효율 발광 다이오드(LED)로 전부 바꾸는 등의 조치에 나섰다.

기업탄소액션 참여기업 배출량 및 업종/그래픽=김지영
탄소는 곧 생존 비용… "저리 융자보다 직접 매칭 지원 절실"

배출권 모의거래 역시 낯설지만 의미 있는 경험이 됐다. 초기에는 배출권을 거래한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지만, 분기마다 전담 직원이 모의거래를 수행하면서 탄소 시장에 대한 전사적인 이해도가 높아졌다. 고 상무는 "이러한 실무 경험이 하나하나 축적되면 결국 보이지 않는 회사의 자산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장기적으로는 노후 설비를 고효율 제품으로 전면 교체하는 본격적인 감축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 그린테크도 인식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중소·중견기업 입장에서 탄소감축을 위해 대규모 자금이 수반되는 공정 설비 투자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았다. 고 상무는 "본격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면 막대한 비용 투자가 필요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감당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저비용 구조로 하나씩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중소·중견기업에서 실제 설비 교체와 공정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정부나 지자체가 시설 개선 자금을 직접 보조하는 매칭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 상무는 "온실가스를 직접적으로 줄일 수 있는 고효율 설비 개선에 대한 매칭 자금 지원 폭이 확대된다면 더 좋은 개선 활동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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