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화만으로는 수송 부문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없습니다. 바이오연료가 반드시 함께 가야 합니다."
1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서울 바이오연료와 SAF(지속가능항공유) 컨퍼런스'에서 료 모리야마 일본 에너지경제연구소(IAE) 박사가 한 말이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전기차와 수소 중심의 기존 탈탄소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저탄소 액체연료가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참석자들은 바이오에탄올이 도로·항공·선박 분야 탈탄소화의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모리야마 박사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이 앞으로도 장기간 운행될 수밖에 없는 만큼 바이오에탄올 같은 저탄소 액체연료를 함께 활용해야 현실적인 탄소 감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배경에서 일본은 도로용 연료와 바이오에탄올 간 혼합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에탄올은 휘발유와 물성이 유사해 혼합해 사용할 경우 연료로서의 성능은 유지하면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일본 정부는 2028년 오키나와 지역에서 E10(휘발유에 에탄올 10% 혼합)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2030년 전국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바이오에탄올은 항공 분야 탈탄소화에서도 주목받는다. 바이오에탄올을 항공유로 전환하는 ATJ(알코올 투 제트) 기술이 대표적이다. 김주호 IATA(국제항공운송협회) 지속가능성·경제부문 연료공급망 담당 매니저는 "ATJ SAF는 기존 바이오에탄올 생산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 대규모 공급 확대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특히 현재 SAF를 만드는 주요 방식인 'HEFA'가 원료 공급 한계를 안고 있다는 점 때문에 주목받는다. HEFA 방식은 폐식용유(UCO)와 동물성 지방 등을 기반으로 SAF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폐식용유 발생량 자체에 한계가 있는 만큼 향후 SAF 의무혼합 비율이 높아질수록 원료 부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지보(Gevo)의 에린 헤이트캠프(Erin Heitkamp) 부사장은 "폐식용유 기반 SAF만으로는 2030년 이후 급증하는 항공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며 "대량 공급이 가능한 에탄올 기반 ATJ SAF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ATJ SAF의 탄소 감축 효과에도 주목했다. 파자드 타헤리푸르(Farzad Taheripour) 퍼듀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옥수수 기반 ATJ SAF의 탄소집약도(CI)는 기존 석유 항공유 대비 약 18% 낮은 수준으로 평가됐다"며 "이는 국제 기준인 10% 이상 감축 조건을 충족하는 수치"라고 언급했다. 이어 "첨단 생산기술과 지속가능 농업 방식이 적용되면 옥수수 기반 ATJ SAF의 탄소감축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박 분야에서도 바이오에탄올 활용 가능성이 제기됐다. 콰임 초두리(Quaim Choudhury) ABS 에너지전환팀 수석 책임 엔지니어는 "에탄올은 상온 저장과 기존 액체연료 인프라 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IMO(국제해사기구) 규제 강화 흐름 속에서 해운업계의 현실적인 저탄소 연료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에탄올 추진선 시장은 초기 단계지만 2027년 이후 본격적인 상용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시장 확대의 가장 큰 변수로는 가격 문제가 꼽혔다. 특히 SAF의 경우 현재 일반 항공유에 비해 가격이 3~5배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세액공제와 보조금, 의무혼합제 등 정책 지원이 시장 확대의 핵심 변수라고 입을 모았다. 김주호 매니저는 "바이오연료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정책 지원과 장기 수요 기반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초기 시장 형성 단계에서는 정부와 산업계의 공동 투자가 중요하다"고 힘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