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을 광산이 아니라 쓰레기에서 뽑아 쓴다. 글로벌 광물 전쟁의 주요 콘셉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도시광산'의 개념이다. 버려진 가전제품, 태양광 패널, 배터리, 전선 등에서 자원을 회수하는 방향으로 산업의 패러다임은 이미 변화하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해부터 온산제련소에서 연간 1만~2만톤 규모의 태양광 폐패널을 처리해 구리, 은 등 핵심광물을 추출하고 있다. 생산 규모는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태양광 폐패널 등 리사이클 원료를 활용한 구리 생산능력은 지난해 기준 3만3000톤에서 중장기적으로 15만톤까지 늘리기로 했다. 원료인 태양광 폐패널은 주로 고려아연의 미국 자회사인 페달포인트의 전자제품 재활용 자회사 EV테라를 통해 공급받는 구조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태양광 폐패널 발생량은 2030년 누적 800만톤에서 2050년 누적 7800만톤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같이 막대한 규모로 발생하는 폐패널을 활용할 경우 구리(동), 은, 실리콘, 알루미늄, 주석 등을 재자원화할 수 있다.
리사이클을 통해 광물을 확보하는 '도시광산' 사업은 태양광 폐패널에 그치지 않는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글로벌 재자원화 시장이 2023년 약 2189억 달러(약 340조원)에서 2040년 1조4000억 달러(약 2200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 내다봤다. 광물 공급망의 중요성이 커지는 트렌드 속에서, 연평균 11.3%의 성장률을 담보하는 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 예측한 것이다. 광물 빈국인 대한민국의 기업 입장에선 결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인공지능(AI) 및 전기차 산업 성장 등으로 막대한 규모의 폐기물이 쏟아질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고려아연을 비롯해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은 희토류 재활용 사업에 나설 채비를 마친 상태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희토류의 경우 정광 기반 생산뿐 아니라 리사이클 역시 중요한 사업 축으로 보고 있다"고 힘을 줬다. 포스코와 에코프로는 폐배터리에서 리튬·코발트 등을, LS전선은 폐전선에서 구리를 확보하는 사업을 키우는 중이다.
최헌식 고려아연 기술연구소장은 "리사이클 기술 확보가 중요한 건 결국 공급망 안정성과 자원 안보 때문"이라며 "아울러 폐기물을 줄이고, 신규 광산 개발에 따른 환경 부담도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서영민 한국희토류산업협회 사무국장은 "희토류 등 광물 리사이클의 성패는 안정적인 원료 확보에 달려 있다"며 "리사이클 생태계의 경제성을 보존해 주는 정책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