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인공지능) 메모리 반도체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충청권에 총 156조원을 투자한다. 삼성전자는 온양·천안을 차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 거점으로 키우고, SK하이닉스는 청주를 낸드 플래시(이하 낸드)와 첨단 패키징 중심 기지로 육성한다.
2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총 156조원을 충청권 반도체 설비 증설 등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온양과 천안에 56조원을, SK하이닉스는 청주에 100조원을 각각 투입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이날 "AI 시대의 미래의 승패는 AI를 구동하는 소재와 부품에 달려 있기 때문에 삼성의 미래와도 직결돼 있다"며 "지금 세계 경제의 판이 흔들리는 승부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은 초격차 산업 강국으로의 대도약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국내 반도체 생산 거점은 경기 기흥·화성·평택과 충남 온양·천안으로 나뉜다. 온양사업장은 반도체 조립·검사와 첨단 패키징을, 천안사업장은 HBM과 WLP(웨이퍼 레벨 패키징) 등 후공정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천안사업장을 찾아 운영 현황을 점검했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온양과 천안을 차세대 HBM 생산 중심지로 육성한다. 온양은 HBM 팹(공장) 5개 라인을 구축하고, 천안은 HBM 대응 설비를 증설과 함께 생산라인을 현대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온양 캠퍼스는 범용 반도체 후공정 중심에서 글로벌 최첨단 HBM 팹으로 전환 중"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청주를 낸드와 첨단 패키징의 핵심 생산기지로 확대한다. 낸드 생산을 위한 M17 팹에 80조원, 첨단 패키징 강화를 위한 P&T7 구축에 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P&T7은 2027년 말 완공돼 첨단 패키징을 담당하고, M17은 내년 착공해 2029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한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청주에서 M11·M12·M15와 지난해 10월 클린룸을 구축한 M15X를 운영하고 있다. 새롭게 구축되는 P&T7은 기존 전공정 팹과 연계해 후공정을 담당한다. 전공정과 후공정의 물리적 거리를 줄여 웨이퍼 이동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신속한 피드백으로 HBM 초기 수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양사가 충청권 후공정 투자에 속도를 내는 것은 AI 시대 들어 첨단 패키징의 중요성이 크게 높아져서다. 반도체 미세공정의 물리적 한계가 가까워지면서 여러 개의 다이를 수직으로 적층하거나 다양한 칩을 하나의 패키지로 결합하는 첨단 패키징이 성능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 전공정에서 생산한 D램을 수직으로 쌓고, TSV(Through-Silicon Via) 기술로 연결해 HBM으로 만드는 것은 후공정이 담당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HBM 시장 규모는 지난해 330억달러에서 올해 650억달러, 내년에는 86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의 복잡성과 AI 인프라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반영되면서 HBM은 지난해 기가바이트(GB)당 가격이 일반 D램보다 5배 이상 높은 수준에 거래됐다.
만들면 팔리는 시장 환경 속에서 HBM은 생산능력이 수익으로 직결된다. 올해 상반기 HBM4 공급이 시작되면서 신규 계약을 중심으로 가격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업계는 본다.
SK하이닉스가 대규모 증설에 나서는 낸드 시장도 AI 확산에 따른 고용량 eSSD(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수요 증가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낸드 평균판매가격(ASP)은 243.8%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낸드 시장 규모는 2670억달러로 지난해보다 약 4배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이날 "낸드 수요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이 부족해 일정 규모 증설이 필요하게 됐다"며 "청주는 낸드 팹을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건설할 수 있는 거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