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30도 안팎까지 치솟던 지난 1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옥정호수스포츠센터 주차장. 이곳을 찾은 차량들은 야외 빈자리 대신 '차양막' 아래부터 차례로 들어섰다. 따가운 햇볕을 막아주는 이 차양막의 정체는 바로 태양광 패널이다. 해가 강한 날에는 차양막이 되고, 비가 오는 날에는 비가림막 역할도 한다.
이곳은 경기도의 '기후안심 그늘 프로젝트'가 구현된 현장이다. 이름 그대로 기후위기 대응과 기후적응, 주민 생활 편익을 함께 겨냥한 사업이다.
주차장, 체육시설, 공공청사, 자전거길 같은 생활권 공간에 태양광 비가림막·차양막을 설치해 이용자들에게 그늘을 제공하고, 공공시설에는 재생에너지 전기를 공급한다. 경기도 12개 시·군에서 22개 사업이 총 8.7메가와트(MW) 규모로 추진된다. 경기도가 특별조정교부금 202억원을 투입한다.
양주시 옥정동에 위치한 옥정호수스포츠센터 주차장 태양광은 이 경기도 사업 중 가장 먼저 완성된 사례다. 경기도 특별조정교부금 3억5600만원을 투입해 설치 용량 약 120킬로와트(kW) 규모의 주차장 태양광을 설치했다. 함께 선정된 양주국민체육센터에도 2억3700만원의 교부금이 집행 돼 80kW 규모의 태양광 설치를 마쳤다. 두 시설 모두 생산된 전기를 체육센터에서 직접 사용하는 자가용 태양광 설비다.
양주시가 옥정호수스포츠센터를 사업지로 제안한 배경에는 시민들이 재생에너지의 효용을 더 잘 체감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까지 포함됐다. 옥정지구는 약 10만 세대 규모의 대규모 주거지로, 이 스포츠센터 역시 많은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찾는 생활 체육시설이다.
이전석 양주시 기후에너지과 미래에너지팀 팀장은 "이곳에 태양광 패널을 세우면 시민들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재생에너지를 접할 수 있다"며 "발전소를 시 외곽에 따로 짓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매일 이용하는 체육시설 위에 지어 재생에너지를 알리는 효과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반응은 이미 긍정적이다. 현장 운영을 담당하는 양주도시공사 동부스포츠센터 관계자는 "시민들이 그늘이 있어서 좋아한다"며 "태양광 패널로 지붕이 만들어진 곳부터 차가 찬다"고 말했다.
디자인도 챙겼다. 이 팀장은 "기존 시설과의 융화를 감안해 최대한 깔끔하게 설치했다"고 말했다. 뒤편으로는 옥정신도시 아파트 단지와 산 능선이 보이고, 전면에는 차량들이 패널 아래 나란히 들어서 있다. 태양광이 낯선 설비가 아니라 도시 인프라 일부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또 일반 패널보다 더 휜 형태로 패널을 설치해 주차장 위를 낮고 길게 덮는 캐노피 형태를 구현했다.
이 사업의 의미는 '주차장에 태양광을 올렸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공공 유휴부지를 에너지 생산 공간으로 바꾸고, 생산된 전기를 다시 공공시설 운영에 쓰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이 핵심이다.
주차장은 별도 대규모 개발 없이도 태양광 설비를 얹을 수 있는 공간이다. 이미 시민들이 이용하는 생활 인프라 위에 발전 기능을 더하는 방식인 만큼 토지 이용 갈등이 발생하지 않고 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릴 수 있다. 여기에 공공기관 전기요금 절감, 전력 판매를 통한 세입 확충 등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옥정호수스포츠센터의 경우 주차장 태양광 증설로 공공비용 절감 효과가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2019년 준공된 이 스포츠센터에는 체육센터 설립 당시 함께 지어진 132.5kW 규모의 주차장·지붕 태양광 설비가 이미 있다.
이 스포츠센터의 전기료는 재생에너지 자가발전 시설이 없는 비슷한 규모의 스포츠센터 전기료 보다 이미 적게 나온다. 여기에 이번 주차장 태양광 추가 설치로 운영비 절감 효과는 더 커질 전망이다.
양주시는 스포츠센터의 주간 최대수요전력을 고려할 때 약 120kW의 이 주차장 태양광 발전설비가 추가 가동되면 기본 전기요금을 최대 30%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이 사업은 지역 에너지 전환에서 지자체의 역할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에너지 행정이 중앙정부 사업을 집행하는 데 머무는 게 아니라, 지역이 직접 부지를 발굴하고 이곳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지역 안에서 쓰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양주시가 지난해 기존 에너지팀을 에너지정책팀과 재생에너지 확대·보급 사업을 맡는 미래에너지팀으로 확대 개편한 이유도 이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지산지소', 즉 지역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이 팀장은 "앞으로 점차 지역에서 에너지를 만들어 쓰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지자체가 재생에너지 사업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