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리모델링 동의율, 사람을 세어야 하나 세대를 세어야 하나?

허남이 기자
2026.07.13 17:04

아파트 리모델링을 추진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동의율이다. 아무리 사업성이 좋고 주민들의 기대가 높아도, 법에서 정한 동의율을 채우지 못하면 리모델링주택조합 설립도, 리모델링 허가도 받을 수 없다.

김택종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 센트로

주택법은 리모델링주택조합을 설립하려면 구분소유자와 의결권의 일정 비율 이상 결의가 필요하다고 정하고 있다. 주택단지 전체를 리모델링하는 경우에는 주택단지 전체 구분소유자와 의결권의 각 3분의 2 이상, 각 동의 구분소유자와 의결권의 각 과반수 결의가 필요하다. 동별 리모델링의 경우에는 그 동의 구분소유자와 의결권의 각 3분의 2 이상 결의가 필요하다. 주택법은 이때 구분소유자를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즉 집합건물법상 구분소유자로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구분소유자'는 말 그대로 구분소유권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는 것일까. 문언만 보면 그렇게 읽힌다. 그렇다면 한 사람이 아파트 세 채를 가지고 있으면 구분소유자는 한 명이고, 세 사람이 아파트 한 채를 공유하고 있으면 구분소유자는 세 명이라고 볼 여지도 있다.

하지만 법원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이 문제는 실제로 주택법상 리모델링주택조합 설립의 효력이 다투어진 사건에서 쟁점이 되었다. 서울고등법원은 리모델링주택조합 설립에 필요한 구분소유자 수를 산정할 때, 한 사람이 여러 세대를 소유한 경우에는 구분소유자를 한 명으로 보고, 하나의 세대를 여러 사람이 공유한 경우에도 그 공유자들을 여러 명의 구분소유자로 나누어 보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해당 사건의 상급심인 대법원도 위 판단에 수긍하였다.

결국 법원은 주택법 문언상 '구분소유자'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더라도, 동의율 산정에서는 이를 순수한 사람 수가 아니라 세대 또는 전유부분 단위에 가깝게 이해한 것이다.

문제는 주택법에는 이와 같은 명시적인 산정 규정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주택법은 집합건물법상 구분소유자와 의결권 개념을 가져오고 있을 뿐, 도시정비법처럼 "여러 세대를 가진 사람은 1명으로 본다"거나 "하나의 세대를 여러 사람이 공유하면 1명으로 본다"는 구체적인 산정 기준을 두고 있지는 않다.

물론 리모델링사업과 재건축사업은 완전히 같은 제도는 아니다. 리모델링은 기존 공동주택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증축·개축하는 사업이고, 재건축은 기존 건축물을 철거하고 새로 건축하는 사업이다. 공적 규제의 강도나 사업 절차에도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두 사업은 모두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하고, 다수 소유자의 집단적 의사결정을 통해 장기간·고비용의 개발사업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따라서 리모델링 실무에서 구분소유자 수를 세대 단위에 가깝게 해석하는 것은 사업의 안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특히 공동명의 세대, 다주택 소유자, 상가 또는 복리시설 소유자, 권리변동이 예정된 세대가 있는 경우에는 동의율 산정 하나가 조합설립 인가나 리모델링 허가의 적법성을 좌우할 수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해석론만이 아니라 입법적 정비이다. 도시정비법 시행령처럼 주택법 또는 주택법 시행령에도 리모델링사업에서 구분소유자 수와 동의자 수를 산정하는 명확한 기준을 둘 필요가 있다. 1인이 여러 세대를 소유한 경우, 하나의 세대를 여러 명이 공유한 경우, 공유자 중 일부만 동의한 경우, 대표자 선정이 필요한 경우를 명문으로 정해야 한다./글 법무법인 센트로 김택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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