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의 티타늄 사업 철수 검토는 장인화 회장 취임 이후 본격화된 사업 재편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장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수익성이 떨어진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대신 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에 힘을 싣는 '선택과 집중'에 주력해왔다. 지난해 중국에서 스테인리스강을 만들던 자회사 장자강포항불수강을 정리한게 대표적이다. 보유하고 있던 일본제철 지분 전량을 매각하기도 했다. 특히 저수익사업 55건, 비핵심자산 71건 등 총 126개 프로젝트에 대한 구조개편을 단행하는게 목표다.
포스코는 이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미래 철강 사업 경쟁력 강화에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 2월 △차세대성장시장용 스테인리스강(STS) △신재생에너지용 합금도금강판(PosMAC) △고망간(Mn)강 △전기로고급강 △에너지후판 △전력용 전기강판 △기가스틸 △하이퍼엔오(HyperNO) 등을 8대 핵심 전략제품으로 지목하고 기술개발 프로젝트팀을 구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포항·광양 제철소의 연구개발(R&D) 및 생산 공정 특성에 맞춰 전략 제품군을 차별화해 경쟁력을 고도화해 나갈 방침이다.
인도와 미국·인도네시아 등 성장성이 높은 해외 시장에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오는 2031년까지 해외 생산능력을 1000만톤으로 늘려 확보한 수익을 국내 저탄소 전환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인도 JSW그룹과 합작해 연간생산량 5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미국에서는 루이지애나 전기로 일관제철소 투자로 현지 공략을 본격화한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연 3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국영 철강회사 크라카타우스틸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반면 국내 티타늄 사업의 경우 수익성과 사업성이 모두 떨어지는 사업으로 분류되며 구조조정 검토 대상에 올랐다. 2008년부터 18년 동안 경북 포항 사업장을 중심으로 유지해온 사업이지만 이 과정에서 △중국산 저가 제품의 덤핑 공세 △적자의 장기간 누적 △티타늄 전용 설비 없이 기존 탄소강 생산설비의 열연·냉연·후판 압연 공정을 함께 사용하는 구조적 한계 봉착 등의 어려운 상황이 지속돼왔다.
티타늄 제품을 생산하면 같은 설비를 사용하는 탄소강 제품을 생산할 수 없다는 점 역시 부정적인 요소로 지적돼왔다. 탄소강 생산에 투입할 설비 가동 시간이 줄어들고 생산 효율과 수율이 함께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다. 결과적으로 탄소강 사업마저 어려운 상황에서 티타늄을 위해 설비를 계속 할애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탄소강은 철에 탄소를 넣어 만든 가장 일반적인 철강으로 대량 생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가 수익성을 좌우하는 제품이다.
철강업계 일각에서는 포스코의 철수를 두고 우려가 나온다. 티타늄은 우주항공과 모빌리티(이동수단), 선박, 해양설비, 원자력 발전, 화학 설비 등에 폭넓게 활용되는 산업의 핵심 소재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티타늄 잉곳을 생산하는 기업은 일부 있지만 이를 열연·냉연 공정을 거쳐 판재와 코일로 양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 곳은 포스코가 유일하다. 포스코가 사업을 접을 경우 국내 판재 생산 기반이 사라지면서 잉곳 국산화와 가공업체, 최종 수요기업으로 이어지는 티타늄 공급망 구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한 관계자는 "지금처럼 시장에만 맡겨서는 민간 기업이 적자를 감수하며 사업을 유지하기는 어려운게 사실"이라며 "티타늄은 항공·방산 등 국가 전략산업에 쓰이는 핵심 전략소재인 만큼 법제화와 국내 생산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의 지원 체계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