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불이 꺼지지 않았다…TSMC 구마모토 '속도전'의 비결

김남이 기자
2026.08.13 05:30

건설 계획 발표부터 양산까지 3년 걸려, 민관 자원 집중...2공장은 착공 지연되기도

TSMC의 일본 구마모토 1공장의 모습 /사진제공=TSMC

"일본 구마모토 못지않은 속도로 신속하게 집행됐으면 좋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일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하며 일본의 TSMC 구마모토 공장을 사례로 들었다. 건설 계획 발표부터 양산까지 약 3년이 걸린 TSMC 구마모토 공장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이 자원을 집중한 '초고속 속도전'의 결과다.

TSMC가 소니와 함께 자회사 JASM(Japan Advanced Semiconductor Manufacturing)을 설립해 일본 구마모토에 공장을 짓겠다고 공식 발표한 시점은 2021년 11월이다. 불과 5개월 뒤인 2022년 4월 공장 건설에 착수했고, 2024년 2월 공식 개소식을 열었다. 착공부터 개소식까지 22개월이 걸렸다.

공사 초기부터 속도가 빨랐다. 착공 약 6개월 만인 2022년 10월 기초공사가 대부분 마무리되자 JASM 내부에서도 "유례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제조 장비 반입과 설치, 시운전 등을 거쳐 2024년 12월 12·16나노(㎚·나노미터·10억분의 1m), 22·28나노 공정 반도체 양산을 시작했다. 투자 발표부터 양산까지 약 3년 만이다.

실제 공장 건설 준비는 공식 발표 전부터 진행됐다. 일본 정부는 TSMC 유치를 위해 일찍부터 협상을 벌였고, 2021년 초 TSMC가 소니와의 합작을 조건으로 일본에 공장을 건설할 수 있다는 의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현지 보도에 따르면 공장 부지 조성도 소니가 2021년 9월부터 시작했다. 당시 주변 주민들은 소니의 새로운 공장이 들어서는 것으로 알았다고 했다.

계획 발표부터 양산까지 약 3년 만에 마친 것은 반도체 업계에서도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에서 "신규 팹 건설부터 웨이퍼 생산까지 3년 6개월이 넘는 긴 리드타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의 경우 2019년 산업단지계획안이 승인됐고, 내년 2월 첫 클린룸 가동을 앞두고 있다.

24시간 공사로 '불야성'..교육·인재 확보도 동시에 진행
TSMC, 일본 구마모토 1공장 건설 주요 일지/그래픽=이지혜

구마모토 공장의 속도전은 민관 협력이 뒷받침했다.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TSMC 유치와 공장 건설을 국가·지역 차원의 프로젝트로 지원했다. 구마모토현은 TSMC의 투자 발표 직후 지사를 본부장으로 하는 '반도체산업 집적강화 추진본부'를 설치했다. 교통과 인력, 용수, 환경 등 공장 건설과 가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과제를 부서별로 나눠 동시에 대응했다.

일본 정부도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다. 경제산업성은 착공 2개월 후 최대 4760억엔(4조2364억원)의 보조금 지원을 결정했다. 일본 내 첨단 로직반도체 생산기반을 확보한다는 명분에서다.

민간도 역량을 총동원했다. 시공을 맡은 건설사는 전국에서 건설 기자재와 인력을 모아 3교대 24시간 체제로 공사를 진행했다. 밤에도 조명이 꺼지지 않아 현지에서는 '불야성'으로 불릴 정도였다. 이미지 센서 등을 생산하는 소니의 반도체 개발·생산 경험도 큰 도움이 됐다.

특히 구마모토현의 대응은 주목할 부분이다. 구마모토현은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 교통 등 기반 시설 준비와 인허가 등을 동시에 진행했다. 아울러 대만 인력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외국인 자녀 교육과 다국어 의료정보 제공, 타이베이 항공 노선 추가 등 생활지원도 함께 준비했다.

반도체 인력 확보도 건설 단계부터 준비했다. 기업과 대학·고등전문학교 등 산학관이 참여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반도체 교육과정을 확대했다. JASM 기술자가 지역 학교를 직접 방문해 수업을 진행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도 수업과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인식 제고에 나섰다.

구마모토 2공장은 착공 지연..한국 대형 프로젝트 동시 진행 부담

유례를 찾기 힘든 구마모토 공장의 건설 속도는 기업과 중앙정부, 지자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자원을 집중한 결과다. 여기에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밀집한 규슈의 산업 기반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규슈는 1960년대 이후 반도체 공장이 잇달아 들어서며 '실리콘 아일랜드'로 불려온 지역이다. 일본의 반도체 기업 3분의 1일 모여있다.

다만 구마모토 사례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조건도 있다. 우선 1공장에서 생산하는 12·16나노, 22·28나노 공정은 이미 양산 경험이 충분히 축적된 공정이다. 최첨단 공정은 공장 건설뿐 아니라 첨단 제조장비 확보와 설치, 공정 안정화 등에 더 높은 난도가 요구된다.

구마모토 공장에 대규모 자원을 집중할 수 있었던 점도 고려 대상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평택 반도체 캠퍼스 등 대규모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는 한국은 건설 인력과 기자재뿐 아니라 제조장비 확보에서도 자원이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에서도 모든 프로젝트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TSMC 구마모토 2공장은 당초 2024년 말 착공할 계획이었지만 실제 공사는 2025년 10월 시작됐다. 주변 차량정체와 주민 불만 등이 착공 일정에 영향을 미쳤다.

업계 관계자는 "TSMC 구마모토 공장은 전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며 "건설에 필요한 여러 사항을 동시에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공장 건설 인력이 풍부했던 것도 중요한 요소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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