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경 변호사가 알려주는 법] 토지 중복보존등기의 함정

허남이 기자
2026.09.01 18:12

최근 필자가 수행한 소송에서,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져 온 토지의 소유권 귀속을 둘러싼 흥미로운 판결이 선고되었다. 쟁점은 '토지대장이나 등기부가 멸실된 상태에서 새로 마쳐진 소유권보존등기의 효력'이었다.

사안은 이렇다. 1910년 사정(査定)을 받은 이래 여러 차례 소유권이 이전된 토지가 1944년 두 필지로 분할되었다. 분할된 토지 중 하나에 관한 등기부는 새로운 등기용지로 옮겨졌는데, 그 등기용지가 원인 불명의 사유로 멸실되어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이후 누군가 토지대장상 소유자 신고 절차를 거쳐 소유권보존등기를 새로 마쳤고, 이를 바탕으로 수십 년에 걸쳐 여러 사람에게 소유권이 이전되고 근저당권까지 설정되었다.

문제는 분할되기 전 원래 토지에 관한 등기부는 멸실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데 있다. 우리 부동산등기법은 '1부동산 1등기용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하나의 토지에는 하나의 등기부만 존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대법원은 일관되게, 어느 토지가 분할된 경우 원래 토지에 관한 등기부는 분할되어 나온 토지에 대한 권리관계까지 표상하는 등기로 보아야 하며, 분할된 토지의 등기용지가 사후에 멸실되었다 하더라도 원래 토지의 등기부가 유효하게 남아있는 이상 그 권리관계는 원래 등기부를 기초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전세경 변호사/사진제공=로투마니법률그룹

이 사건 법원 역시 같은 법리에 따라, 분할 후 새로 마쳐진 소유권보존등기는 이미 존재하는 원래 토지의 등기부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토지를 이중으로 표상하는 '중복등기'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단했다. 여기서 실무상 반드시 짚어야 할 점이 있다. 먼저 이루어진 등기가 원인무효가 아닌 이상, 뒤에 이루어진 소유권보존등기는 설령 그 등기명의자가 실제로 소유권을 취득한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즉 '실체관계에 부합'하더라도 무효를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 무효인 후행 보존등기를 근거로 아무리 오랜 기간 평온·공연하게 점유했다 하더라도 등기부취득시효는 물론 점유취득시효의 완성만으로도 후행 등기가 유효로 전환되지 않는다. 이는 40년 넘게 유지되어온 대법원의 확립된 법리다.

이 판결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등기부나 지적공부가 멸실된 사례를 다룰 때는 단순히 '멸실 이후의 사정'만 볼 것이 아니라, 분할 전 원래 토지의 등기부가 지금까지 유효하게 남아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오래된 집합건물의 대지권처럼 여러 차례 분할·합병을 거친 토지는 지적도상 경계와 실제 등기부상 연혁이 어긋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매매나 담보 설정에 앞서 등기부의 연혁을 폐쇄등기부까지 거슬러 확인하는 절차가 결코 형식적 요식행위가 아님을, 이번 사건은 다시 한번 보여준다. /글 로투마니법률그룹 전세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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